14년동안 너무 고생했어...
내가 초중고 시절을 보낸 12년동안
더 기나긴 그 시간
차디찬 연습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넌 다만 친구가 필요했을 뿐인데...
그냥 SNS로 너 자신을 표현하는걸 좋아하는
나랑 똑같은 20대였을텐데.
아니, 연예인이건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무대 밖에선 한 사람이었을텐데...
난 너랑 같은 공간에서 지낸 적은 없지만
너와 달리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무척 적지만 말야.
부모님이 작고 예쁜 동네를 떠나
본가의 신도시에 자리잡자마자
모든 것이 변했어
그세상은 그 지역에서 가장 컸지만
너무나도 차가웠어.
공부를 잘 하든 집에 돈이 많든...
숫기 없고 혼자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던 날
그렇게 잔인하게 짓밟았어.
난 그렇게 바보가 되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ADHD니 난독증이니 어려운 말로
살려고 경기도의 예술고등학교로 가려 했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 했지만...
난 번번이 실패했어.
그 와중에도 나를 증명할 이야기들을 모으는데
작은 동네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더 차갑더라.
살려고 남 짓밟고 올라가려고
좁은 동네에서 아비규환이었어.
내 친구는 나를 둘러싼 이야기들뿐이었고
너와 멤버들이 부른 노래를 비롯한
모든 아티스트들의 노래는 내 방패였어.
너희가 없었더라면
지금 생이 얼마나 희미할지 상상도 되지 않아.
너는 그 중 하나였어.
다섯끼리 뭉쳐 있든 너 하나로 존재하든
그냥 밝고 해맑은 친구였어.
고마워... 너희가 있어줘서
난 이번년도에 조용한 폭풍전야같던
본가를 떠나 서울로 오게 되었어.
핫플레이스의 작은 원룸텔에서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며
환영받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내 이야기를 쓰다가
그곳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즈음
운좋게 지금 회사에서 연락을 받게 되었어.
입사 과제를 본 임원진들이
나에게 얼마나 좋은말을 해줬는지 몰라.
물론 회사생활이 다 그렇지만...
네가 있던 회사보단 덜 차가울진몰라도.
그래도 예전에 비해
예쁜 말을 해주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조그마한 방을 떠나서
좋은 조건에 안락한 내 공간도 얻고.
한글날 즈음부터 얼마나 설레는 일들이
가득했는지 몰라.
주말엔 계속해서
내가 그동안 남긴 이야기들을
곱게 PDF로 모아서
잘 간직해둘 생각에 들떠 있었어.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상상도
곱게 적어두고 싶었지
오랜만에 운동도나가고 축제도 보고.
그런데 오늘....
어제부터 출근룩으로 준비해둔 예쁜 옷보다
체크무늬 원피스가 더 손이 가더라...
어제랑 같지 않게 아침 바람도 차고.
회사에서 계속 몸살이 오는데
윗분들은 새로 확장할 사업에 바쁘고
사수분은 병가를 낸 지 오래...
점심도 안 넘어가서 빈속에 약을 먹으니
속이 많이 쓰린데다가
텅 빈 사무실에 윗분들이 없으니
업무는 계속 헤메고...
숨좀 돌리려는 틈에
우연히 본...
네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
남의 눈치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던 네가...
이럴 리가 없었어....
탕비실도 화장실도
숨죽여 울 공간은 아니더라구...
다행히 오픈된 업무공간은 아니라서
숨죽여 눈물만 흘렸어.
동료들은 어디 아프냐구 걱정하더라.
간신히 정신차려가며 업무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난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어.
내가 끝까지 날 지켰더라면
나는 더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들어가
내일 연차를 내고 널 위해 울어주지 않았을까.
미안해 친구야.
날 지켜주지 못하고 널 지켜주지 못해서.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
서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취향 남자...
다르면서도 어쩜 비슷하더라.
근데 사람들이 계속 날 미워할까봐
난 숨기고 숨죽여 살 수밖에 없었어.
넌 인스타에 그리 예쁜 사진들도 많이 남겼는데
난 학창시절부터 모든 시간이
다 도려내진 느낌이야.
기쁨의 에너지는 사람을 미래로 보내고
미움의 에너지는 사람을 과거로 퇴행시킨다더라고.
난 기쁨의 에너지를 갖고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해맑게 살고 싶었는데
아픈 마음을 감추느라 슬픈 웃음만 지었어.
미움의 에너지로 가득한 세상에
더 쓸 감정도 없겠더라고.....
난 행복하게 노래부르고 춤추고 쓰며
뮤지컬 영화 같이 살길 바랐고
그것만 보며 달려왔는데
왜 이리 힘들었는지.....
전에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을때
무작정 양화대교로 달려갔어.
네가 아는 그 오빠가 부른 그 다리...
나만 살아돌아와서 미안해...
나 복숭아 정말 좋아하고 분홍색도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슬픈 색으로 보이는지 모르겠어....
복숭아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
발랄한 멜로디가 왜 이리 슬프니...
그래도 그 언니는 정말 행운이야.
네 가장 예쁜 모습을 아름다운 노래에 담을 수 있었으니까
미안해.
오글거린다는 핑계로
너의 덕후가 되어 주지 못해서...
너에게 사랑과 기쁨의 에너지를 보내 주지 못해서.
얼마나 그렇게 예쁜 교복 입고
환하게 웃어보고 싶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널 미워했지만
난 네가 나쁜 아이가 아니란 걸 알았어.
그 미소까지 꼭 기억할게.
다만 예쁜 댓글 조금이라도 못 보게 해서 미안..
사람들이 많이 울어줘서 나도 좀 놀랐어.
연예인 가십 말고 관심 없던 남동생이
가족톡에 먼저 네 소식을 올렸더라고.
근데 너무 울어서 미안해.
넌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가는 길이 더 슬퍼질텐데...
내가 기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ㅡ
오랜만에 나름 열심히 살아서
뒷목이 당긴다 했더니
네가 잊었던 내 어릴 적 이야기들을
남겨 주고 떠난 것인가싶어.
고마워 친구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선물을 주고 떠나서.
그래도 서울로 와서 너무 다행이야.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너를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떤 공간에서
꽃다발이라도 선물할 수 있으니까.
잘 도착하면 또 소식 전해 줘야 해.
견우성 옆 직녀성이 되어
그 곳에선 행복하게 노래하고 연기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
지상의 사람들은 그저 바라만 봐 줄게.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평온한 밤 되길 바라고
내일은 지상보다 더 뜬 태양이 뜨길..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