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코 필러 시술 이력이 있는 A씨는 B의원에 내원해 콧등 쪽에 필러 시술을 받은 직후 우측 안구통증, 시력저하가 나타났다. 긴급처치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지만 우측 중심망막동맥폐쇄 진단을 받았다. 이어 치료를 지속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채 실명이 지속됐다. A씨는 의료분쟁 조정신청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 가슴 필러를 맞은 C씨는 간헐적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양측 유방에 몽우리가 잡히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정확한 검진을 하기 위해 여러 성형외과를 방문했지만 필러 제거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하거나 보형물 삽입을 추천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C씨는 가격, 사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교적 저렴하고 신뢰가 가는 성형외과에 내원해 필러를 제거했다.
# 유방 재건수술을 받은 유방암환자 D씨는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회수 조치된 가슴보형물로 인해 하루하루 불안에 떨면서 살고 있다. 지난해 희귀암 발병 우려로 회수 조치된 ‘엘러간’ 제품처럼 암과 같은 중증 부작용이 생길까봐서다. 검사를 해봐야 하는 것인지 교체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지 병원에 문의했지만 피해보상안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자부담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형 관련 의료기기 안전문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부작용 피해보상 체계가 부실해 환자들의 고충이 더해지고 있다. 현행 의료기기법에는 부작용 발생에 따른 제조사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어 환자들이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 반면 의약품은 꼭 심각한 장애나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의약품 복용으로 인해 피부이상반응, 가벼운 위장관계질환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구제 대상이 된다. 보상금의 재원은 제약업체 등이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마련한다.
◇허가 외 사용으로 필러 부작용…의료분쟁으로 보상 받아야
필러는 대표적인 성형 관련 의료기기 중 하나다. 필러 성형은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일상으로 빠른 복귀가 가능한 ‘쁘띠(petit) 성형’이 인기를 끌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얼굴 등 주름 부위의 일시적인 개선, 불륨 개선 등을 위해 피하에 주입하는 점은 보톡스(보툴리눔톡신)와 비슷하지만 약리적 작용 없이 물리적인 복구를 통해 스스로 부피를 유지하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약리적 작용 원리로 주름을 개선하는 보톡스는 의약품에 해당된다.
필러 시술시 가장 큰 부작용은 혈관 내로 필러가 주입돼 색전증이 발생하거나 과량의 필러가 주입돼 국소혈관이 눌려서 발생되는 피부괴사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쁘띠 성형시술 관련 상담 건수는 2013년~2015년간 총 1245건이었으며, 필러 시술 후 피해 발생에 대한 상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필러 시술 후 부작용 발생을 호소한 건수는 총 524건이었으며, ‘염증’이 88건(16.8%), ‘부종·붓기’가 65건(12.4%)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이어 ‘피부면의 울퉁불퉁함’이 49건(9.4%), ‘비대칭’ 40건(7.6%), ‘피부괴사’ 39건(7.4%), ‘결절’ 36건(6.9%), ‘함몰·흉터’ 34건(6.5%), ‘멍’ 27건(5.2%), ‘피부변색’ 27건(5.2%), ‘통증’ 26건(5.0%), ‘발적·홍반’ 20건(3.8%), ‘모양변형’ 13건(2.5%), ‘감각이상’ 8건(1.5%), ‘실명(시력저하포함)’ 8건(1.5%) 등으로 나타났다.
문경철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보톡스는 그냥 주사제이지만 필러는 이물질”이라면서 “필러 시술에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주사바늘을 혈관에 잘못 찌르는 것이다. 피부가 괴사하면서 까맣게 죽는다. 수술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혈관을 피해서 주사해야 하는데 그런 쪽으로 잘 아는 전문의가 아니라면 해부학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놓을 수 있다. 요즘은 성형외과도 아닌 곳에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홍보하는 행태가 문제되고 있다”며 “그런 곳에 어린, 젊은 사람들이 가서 주사를 맞는다. 싸다고 혹해선 안 된다. 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성형용 필러를 허가된 사용목적 외로 사용해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현재 성형용 필러는 안면부 주름 개선, 안면부·손등 볼륨 회복 등의 목적으로만 허가가 났지만 의료진의 재량에 따라 다른 부위에 시술해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에서 가슴이나 엉덩이, 생식기 등에 필러를 주입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필러 시술 후 발생 가능한 모든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상담 받고 주입절차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시술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관계자는 “필러 허가초과 사용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허가 외 용도를 포함한 의료기기 사용은 진료 행위에 해당돼 우리 처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아직은 피해보상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시 의료분쟁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엘러간 이어 벨라젤까지, 피해보상안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지난해 ‘엘러간 사태’에 이어 올해는 한스바이오메드가 ‘벨라젤’ 제품에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식약처는 지난달 13일 한스바이오메드가 ‘벨라젤(실리콘겔인공유방)’을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제조‧유통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를 명령했다. 또 성형학회, 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해 의료기관에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지토록 협조 요청했으며, 회수조치가 시작된 11월 중 이식환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회사에 명령했다. 벨라젤은 유방을 재건하거나 성형하는데 사용되는 제품으로 실리콘 주머니 안에 실리콘 겔이 포함된 제품이다. 해당 제조업체 점검 결과, 지난 2015년 12월부터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부적합한 인공유방을 생산하고, 약 7만여개를 의료기관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문제가 된 원료는 다른 이식의료기기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을 고려해 진단‧검진비 부분도 피해보상안에 포함하도록 한 것이며, 지금은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보상안이 확정되면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을 이식한 환자들은 혹시 모를 부작용을 우려하며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엘러간 사태’로 불안감이 가중됐다. 엘러간 사태는 미국 엘러간사(社)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받은 뒤 ‘유방보형물 역관 역형성 다세포 림프종(BIA-ALCL: Breast Implant Associated-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이 생긴 환자가 보고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16일에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고, 이어 같은 해 12월 24일에 두 번째 환자가 보고됐다. 세 번째 환자는 지난 6월 20일 병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엘러간이 피해보상안을 마련하는데 한 달 이상 소요된 반면 한스바이오메드는 약 2주만에 보상안을 마련했다. 식약처측은 미국 엘러간사(社)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이 출시된 이후 이식 기간이 더 길고, 실제 부작용 위험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보상안 마련이 늦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공유방 이식자 피해보상안은 한스바이오메드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전담 콜센터에서 상담 및 대응하고 있다”면서 “벨라젤 이식환자 규모 확인을 위해 해당 제품을 사용한 의료기관에 사용기록을 제출하도록 했고, 현재 사용기록을 취합 중이다”라고 전했다.
참고로 한스바이오메드가 지난 달 27일 발표한 보상안을 보면, 벨라젤에 쓰인 허가사항과 다른 5가지 실리콘 원재료로 인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질환 발생 시에만 이와 관련된 의료비와 함께 최대 1억원 이내의 위자료를 환자와 협의해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BIA-ALCL은 실리콘 인공유방보형물의 표면 거칠기가 원인으로 판단되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질환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형물이 파열됐다면 2015년 11월부터 2020년 11월 30일까지 벨라젤로 유방확대 및 재건수술을 받았던 환자에 대해서만 수술비 지원이 된다. 이 기간에 벨라젤을 이식받았거나, 이미 제거했거나, 다른 보형물로 교체한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상증상이 없음에도 선제적으로 제거하거나 교체를 원하는 환자는 보상대책 발표일인 11월 27일부터 2022년 11월 27일까지 교체가 가능하며, 제품은 업체의 ‘벨라젤 스무스파인 유방보형물’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식환자에 대한 검사비 지원은 2015년 11월부터 2020년 11월 30일까지 벨라젤로 유방확대 및 재건수술을 받았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기간에 벨라젤을 이식받은 환자 중 이미 제품을 제거했거나 다른 보형물로 교체한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검사비 지원기간은 11월 27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이는 벨라젤 유방보헝물 최초 출시일 기준으로 만 10년(2015~2026)까지의 검사결과를 통해 허가와 상이한 재료로 인한 이상반응의 발생경향을 보기 위한 조치다.
다만 회사는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현 상황에서 보형물의 제거 및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환자들은 수술 받은 벨라젤 보형물의 시리얼 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에만 해당 보상대책안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식약처는 의료기기 사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제조사의 책임과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내년 12월 시행을 목표로 ‘업체별 책임보험 의무가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기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작용 사례 신고는 계속 받고 있으니 필러 등 의료기기 사용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면 식약처나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 신고하면 된다”고 전했다.
출처 :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01202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