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의 한 백인 부부가 피부색이 어두운 아이를 출산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가 아니었다. 2002년 영국 백인 부부도 흑인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마찬가지로 친자가 아니었다.
이들 부부는 모두 시험관 시술로 자녀를 출산했다. 시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정자나 배아가 잘못 주입된 사례들이다. 해외 토픽에 날 만한 사건 같지만 그보다 앞선 1996년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고가 벌어졌다.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26년 전 시험관 시술을 받은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는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성인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남자 부모와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 씨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던 건 아들이 5살 무렵. A 씨 부부의 혈액형은 둘 다 B형이지만 아들이 A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험관 시술을 담당했던 대학병원 교수에게 문의하자 ‘돌연변이 사례’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유전자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국내에 유전자 검사가 도입된 것은 1991년. A 씨가 아들의 혈액형을 안 2000년 초에도 유전자 검사 접근성이 높지 않았다. 현재는 보편화되어 검사 정확도도 높아졌고 비용은 10만 원대로 저렴해졌다. A씨 뒤늦게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했다.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황당한 진실과 대면했지만 담당 교수는 연락 두절, 병원은 규명에 소극적인 상태다. 26년이 흐른 일인 데다 담당 교수는 정년 퇴임했기 때문에 병원은 적극적으로 소명하지 않는 명분으로 삼은 듯하다. 난자를 채취하고 정액을 받고 시험관에서 수정을 하고 배아를 주입하는 등의 과정은 담당 교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므로 누가 결정적 실수를 했는지 알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시험관 시술로 낳은 딸의 유전자가 병원 직원과 일치한 사례가 있었다. 인공 수정 당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병원 직원의 정액이 주입된 사례다. 네덜란드에서는 더욱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시험관 시술 49건에 모두 의사의 정자가 주입된 사례다.
A 씨의 사례는 이 같은 해외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정자가 바뀐 사례는 아닐 확률이 높다. A씨는 병원이 실수를 한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내 난임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자연임신 확률이 낮은 난임 부부들은 시험관 시술 등으로 임신 확률을 높인다. 시험관 시술은 회당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고 여성은 난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까지 감내해야 한다. 매년 수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시술로 태어났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난임시술로 태어난 신생아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의료안전망이 더욱 탄탄하게 구축돼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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