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이 아침형보다 인지 기능 높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라는 논리를 뒤집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 중 밤 늦게 활동하는 '올빼미형'이 '아침형' 인간보다 인지 기능이 높다"는 연구 결과다.
"나는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여전히 피곤함을 느낀다. 잠을 자려고 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수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수면의 질이 낮아질수록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면 과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닛게이 굿데이는 일본의 '전문의가 알려주는 증상별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의 저자인 야마구치 유우지 후쿠오카 우라소에 클리닉의 원장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집어봤다.
굿데이에 따르면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최근 53~86세 2만6820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인지 기능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7~9시간 잠을 잔 사람들'이 인지 기능 검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시간이 너무 짧거나 너무 길면 인지 기증 점수가 떨어졌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수면 시간에 따라 아침, 낮, 밤(각각 자가 보고)의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올빼미형 인간'에 비해 인지 기능 점수가 유의하게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마구치 원장은 "저녁형 고령자의 인지 기능이 아침형 고령자보다 더 뛰어난 이유는, 저녁 시간에 몰두할 수 있는 지적인 취미를 갖고 있어 저녁에 더 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저녁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다면 TV를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8시간 정도는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늦게까지 깨어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저녁에 일찌감치 침대에 눕게 된다.
그러나 고령층이 되면 젊었을 때처럼 장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낮 동안의 활동량과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필요한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
약 360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해외 조사에 따르면, 25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0세는 6시간 30분, 65세는 6시간, 80세는 5시간 30분으로 나이가 들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면 새벽에 깨어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평균적으로 65세인 사람이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새벽 3시에 깨어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아침 5시까지 자고 싶다면, 최소한 밤 10시나 11시까지는 깨어 있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야마구치 원장은 "고령층 중 6시간조차 자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간에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어나는 문제를 겪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에 깨거나 새벽에 깨더라도 낮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불면증으로 진단되지는 않는다. 수면 시간이 조금 짧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고령층의 경우 장시간 자는 것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에서 평균 연령 61.7세의 3만17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시간 이상 자는 일이 잦고 스스로 "다소 많이 잔다"고 느끼는 고령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령자가 저녁 시간에 이른 시간부터 침대에 눕는 경우, "할 일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저녁 식사 이후 독서, 영화 감상, 장기나 바둑 문제 풀이, 외국어 학습 등 저녁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 일찍 자는 것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면 제한 요법'으로 개선
부적절한 수면 습관 개선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방지하기 위해 야마구치 원장은 수면 제한 요법이라는 인지 행동 치료법을 추천했다. 이 방법은 침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실제 수면 시간과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평균 수면 시간을 파악한 뒤, 이 시간에 30분을 더한 시간을 침대에서 머무는 시간으로 정한다. 일례로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20분이라면 침대에 머무는 시간은 6시간 50분으로 설정한다.
기상 시간을 오전 6시로 정했다면, 거꾸로 계산해 오후 11시 10분에 침대에 눕는다. 이 시간 이전에는 침대에 들어가지 않으며, 정해진 기상 시간에는 반드시 일어난다. 이런 패턴을 따르면 중간에 깨는 현상이나 너무 일찍 깨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은 불면증으로 인해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깨는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만약 자연스럽게 일찍 잠들어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난다면 억지로 밤 늦게까지 깨어 있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숙면을 위한 '커튼'과 기상 습관 관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와 관련해 침실 커튼을 닫을지 열어 둘지 고민일 수 있다.
빛과 자연스러운 기상 아침에 자명종 소리로 깨어나는 것은 자율신경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태양빛으로 서서히 깨어나는 경우 교감 신경에 부담이 적어 더 자연스러운 기상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여름철처럼 새벽이 너무 일찍 밝아오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숙면을 위해서는 커튼을 닫아 침실을 완전히 어둡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마구치 원장은 "수면 중 약간의 빛이라도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며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밤에 불빛은 블루라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저조도의 주황색 조명을 사용하는 게 좋다.
아침에는 커튼을 열어 햇빛을 쬐고 생체 리듬을 리셋한다. 최근에는 빛을 이용해 서서히 깨우는 알람 시계나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커튼도 등장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자연스럽고 쾌적한 기상을 경험할 수 있다.
고령자가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문제로 여겨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불편을 느끼는 경우, 취미 생활로 저녁 시간을 풍요롭게 하거나 수면 제한 요법을 도입해 개선해 볼 수 있다. 숙면을 위한 환경 조성 역시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출처 : 헬스인뉴스(https://www.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