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교정을 받고 나면 치료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 중 5% 정도는 다시 치아가 비뚤어져 재차 교정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재교정 치료를 받을 경우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만큼 교정된 치열을 잘 유지하려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치아를 교정한 뒤에도 다시 배열이 흐트러지는 이유는 치료 직후엔 잇몸뼈와 주변 조직이 약해진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교정 과정에서 치아를 이동시키면 잇몸뼈가 부위에 따라 흡수돼 줄어들거나 새롭게 형성되기도 해 치아와 잇몸뼈를 연결해 주는 조직의 일부가 와해된다. 특히 치료 직후에는 잇몸이 치아를 단단히 지지해 줄 수 없어 정상적인 잇몸 구조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작은 힘에도 치아 배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 한동안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조직이 재구성될 때까지는 치아의 위치를 계속 잡아주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또 비뚤어진 치아를 가지런히 배열하면 치아와 연결된 잇몸의 섬유들도 원래 길이보다 늘어나면서 치아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고자 하는 힘도 작용하면서 이 섬유들이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안정섭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교수는 “특히 성장기에는 턱이 성장하면서 치아 배열이 미세하게 바뀌므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이때 치열이 흐트러지거나 교합 관계가 변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치아 배열과 교합 관계를 교정된 상태로 유지하려면 치료 후에도 유지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앞니의 안쪽에 부착하는 고정식 유지장치나 환자가 탈착할 수 있는 가철식 유지장치가 널리 사용된다. 이 장치는 당초 치아 배열·교합 상태와 치료 후 변화에 맞춰 제작한다. 고정식 장치는 특히 교정치료 종료 직후 배열이 흐트러지기 쉬운 앞니 안쪽에 가는 철사를 부착하는 방식이라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가철식 장치는 고정식과 달리 원할 때마다 탈착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치료 종료 후 보통 3개월 정도는 식사나 양치할 때만 제외하면 자는 시간에도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철식 장치는 치과용 플라스틱 재료 등으로 이뤄져 있어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도 잘 보인다. 이런 점이 부담스럽다면 투명한 가철식 장치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장기간 사용시 착·변색이 생기거나 깨지는 등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유지장치를 언제까지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정답은 없다. 다만 치아 위치가 교정 전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성장기라면 남은 성장기간 동안, 성인이라도 최소 1년 이상은 유지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 유지장치는 종류에 따라 관리가 중요하다. 치아에 부착돼 있어 환자가 임의로 제거할 수 없는 고정식은 구강위생에 소홀할 경우 장치 주변에 음식물이 남아 치석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양치질을 할 때 꼼꼼히 닦아줄 필요가 있다. 또 기본적으로 잘 변형되지 않는 고정식은 식사를 하는 등의 이유로 망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지나치게 단단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철사에 무리한 힘을 주면 장치가 변형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정식과 달리 가철식은 착용한 채로 식사를 하면 장치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식사시엔 장치를 빼둬야 하지만 이 경우 장치를 분실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전용 통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치가 손상됐거나 분실한 경우가 아니라도 강한 충격이 가해졌거나 잘 맞지 않다고 느껴질 때는 수리 또는 재제작이 필요할 수도 있어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안 교수는 “가철식도 적절히 세척하지 않으면 치석이 생길 수 있어 칫솔로 장치를 주기적으로 닦아주는 것을 권장한다”며 “치약을 사용하면 장치 표면이 마모되고, 뜨거운 물에 삶으면 플라스틱 부분이 변형되므로 양치질 후 치약을 헹궈 낸 칫솔로 닦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지장치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교정 치료 후 식습관 등에서 별도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다만 치아는 반복적으로 힘이 가해지는 동시에 마모가 되기도 하고, 평생에 걸쳐 배열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때문에 교정된 상태를 반영구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주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교정 치료 결과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안 교수는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변화를 지연시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노화의 과정과 유사하게 치아의 배열은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출처<https://sungyesa.com/new/bbs/write.php?bo_table=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