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후 물티슈로 항문을 닦는 사람이 많다. 비데 설치가 부담스럽거나, 일반 화장지 사용이 덜 닦인 느낌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수분을 함유한 물티슈로 항문을 닦으면 상쾌하고, 마치 비데를 쓴 것처럼 깨끗이 닦인 느낌이 든다. 이렇듯 배변 후 물티슈 사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위생용품 시장에는 물에 녹는 화장실용 물티슈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못된 물티슈 사용은 오히려 항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존재한다. 배변 후 물티슈 사용, 항문 건강에 괜찮을까?
물티슈로 지속적으로, 강하게 닦는 행위는 금물
기본적으로 배변 후 항문 청결을 위해 일반 화장지를 비롯한 휴지, 물티슈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행위다. 특히 일반 화장지에 비해 촉촉한 물티슈로 항문을 닦으면 항문 주위의 잔변 처리가 쉽고, 잔변이 유발하는 항문 가려움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잘못된 물티슈 사용은 항문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과 김광용 교수는 “배변 후 잔변 처리를 위한 물티슈 사용이 항문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잘못된 사용이 항문 피부와 점막 손상을 유발해 치열 등의 항문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은 항문 하부의 피부가 찢어지는 질환이다. 그는 “배변 후 물티슈로 항문을 벅벅 문지르는 등 지속적이고 강한 자극을 줄 경우, 항문 점막을 오히려 건조하게 하여 항문 가려움증 등과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성분, 알레르기나 항문소양증 유발 가능성도
화장실용 물티슈 자체는 안전할까? A사 물티슈에는 향료, 에칠핵실글리세린 등의 성분을, B사 물티슈에는 소듐벤조에이트 등의 성분을 함유한다. 향료는 제품에 향기를 가하기 위해 첨가하는 천연물질과 인공물질의 혼합체다. 에칠핵실글리세린은 보습과 항균 효능을 높이는 성분을 말한다. 소듐벤조에이트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보존제로, 제품의 변질과 부패를 방지하는 성분이다.
물론 물티슈에는 함유된 성분들은 인체 사용이 허가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화학 성분들은 피부가 예민한 사람의 경우 알레르기나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항문소양증은 항문 주변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렵거나, 타는 듯한 화끈거림이 나타나는 피부감각을 말한다. 대부분의 화장실용 물티슈 제품 뒷면엔 사용 부위의 붉은 반점, 부어오름, 가려움증 등의 이상 증상이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의 등과 상담해야 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광용 교수는 “물티슈 사용은 순수한 물로 씻어내는 일이 아니기에 화학약품이 소량이 들어갔다 해도 알레르기 등의 피부문제 발생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며 “물티슈 사용 후 항문에서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지·물티슈 사용 후 물로 씻어내는 게 가장 이상적
그렇다면 휴지와 물티슈 중 무엇이 더 항문 건강에 좋을까? 김광용 교수에 따르면 휴지와 물티슈 간의 큰 차이는 없다. 가장 이상적인 마무리 방법은 휴지나 물티슈를 사용해 잔변을 일차적으로 제거한 후, 비데 사용 등 미온수를 이용해 항문 주위를 씻어내는 것이다. 이때 수압은 너무 세지 않게 설정하고, 사용 후에는 반드시 물기를 닦아내거나 건조 기능을 사용해 잘 말리도록 해야 한다.
치핵과 같은 항문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비데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물로 씻어낼 상황이 아니라면 물티슈를 사용해 가볍게 항문 주위를 닦아주는 게 잔변 처리에 더 도움이 된다. 다만, 김광용 교수는 “물티슈는 일반 휴지와 달리 수분을 함유하기 때문에 사용 후 반드시 잘 말려주는 게 중요하고, 사용 후 가려움이 느껴진다면 최대한 빨리 물로 씻어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46/0000066912?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