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째 접어들었지만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개정안 실효성을 두고 의료진과 환자단체는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의료계 반발로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까지 이어졌다. 다만 법조계에선 개정안이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면서도 촬영 시 사전에 환자의 동의나 신청을 받고 있다는 점과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료법 개정안 시행…수술실 10곳 중 9곳 CCTV 설치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설치 의무 의료기관 2396곳 중 2310곳(96.4%)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마쳤다. 수술실 기준으로 보면 설치 의무대상 수술실 7013개 중 6763개(96.4%)에 설치가 완료됐다. 법 시행 11일 만에 10곳 중 9곳 이상이 CCTV 설치를 마친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은 2016년 권대희씨가 성형수술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됐다. 개정안은 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의료기관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촬영 요청을 받을 경우 수술 과정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 사전에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도 게시해야 한다. 다만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촬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계, 헌법소원 냈지만…법조계는 '기각' 전망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약 한달이 지났는데도 수술실 CCTV를 둘러싼 의료계와 시민들 간 의견 차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인들은 "감시 당하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서울 아산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어차피 어려운 수술은 촬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둘 거면, 이미 복도랑 입구 등에 CCTV가 설치돼 있는데 굳이 수술실 안에도 설치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라며 "CCTV 촬영 시 환자 동의서를 따로 받는 등 챙길 것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개정안이 CCTV '설치'만 의무로 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이 CCTV 촬영을 원할 경우 미리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데다 환자들이 당연히 촬영이 되는 줄 알고 추후 영상을 요구했다가 영상이 없다며 거부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앞서 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20일 앞둔 지난달 5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개정안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개정안의 계속 시행에 변수다. 협회는 "의료법 개정안이 작업수행의 자유, 인격권,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의사들의 방어적·소극적 의료 행위를 유발하고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는 충분한 안내가 전제됐다면 촬영 전 환자들에게서 신청을 받는 절차는 환자의 또 다른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절차로 보고 있다. 한국의료변호사협회(의변) 대표를 지낸 이인재 변호사는 "환자 측에서도 수술 시 촬영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며 "CCTV 설치는 의무라 하더라도 촬영할 경우 별개로 수술을 받는 환자 등의 동의를 받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나 프라이버시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밝혔다.
의협 등이 낸 헌법소원은 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CCTV 설치와 촬영에 있어 '예외규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나 인격권 등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처 <https://www.ajunews.com/view/20231018135149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