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분들은 10대 미성년자가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펄쩍 뛸지도 모르겠다.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아온 중3 A양. 처음 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윗눈꺼풀 피부가 벌겋게 변한데다 각질까지 일고 있었다.
중학교 입학 전부터 거의 쌍꺼풀을 만들어 준다고 알려진 테이프나 풀을 애용했다고 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2년 이상 노출된 윗눈꺼풀 피부에 이상 반응이 생긴 것이다.
부모 세대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애들은 왜 저러냐?”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요즘 10대들에게는 나름대로 절실한 문제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쌍꺼풀이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래 쌍꺼풀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치 연예인들이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A양의 부모도 잔소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했다. 충분한 상담 끝에 A양에게 쌍꺼풀 수술을 해주었다.
이 사례를 듣고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 돌려보내야 할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직 성장도 다 끝나지 않은 아이에게 성형수술을 해줄 수 있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듯하다.
해명 아닌 해명을 하자면, 우선 청소년 성형수술은 사례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성형수술도 주로 쌍꺼풀 등 눈 성형에 집중돼 있다. 뼈 성장이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코나 안면 윤곽 등 뼈를 건드리는 성형수술은 하지 않는다.
사실 대학병원에서는 5~6세 꼬마들의 눈 성형수술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선천성 안검내반증이다. 선천성 안검내반증을 오래 놔두면 눈의 통증, 이물감, 충혈, 눈가 짓무름 등이 초래되고, 심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수술해주어야 하는데 주로 쌍꺼풀 수술이 이뤄진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쌍꺼풀 수술을 하더라도 비절개로 한다. 추가 수술이 필요하면 성년이 된 뒤에 절개법으로 수술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1990대 중반에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가 10~20년 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아오는 사례들이 꽤 있다. 그 사례들을 볼 때 어린이 또는 미성년자들의 비절개 쌍꺼풀 수술의 안전성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수술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청소년들이 외모(쌍꺼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신뢰도가 낮은 테이프나 풀을 눈꺼풀에 붙여 부작용에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성형 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소년 중에는 수술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절실한 사례들도 있다. 외모에 대한 강박이나 집착증을 보일 때 그 뿌리에 정신 질환이나 장애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성형 문제를 거론할 때는 사회에 널리 퍼진 ‘외모지상주의’도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외모에 대한 어른들의 과도한 집착은 아이들에게 화살처럼 파고든다. 오죽하면 테이프나 풀을 이용해서라도 쌍꺼풀을 만들고 싶어 할까.
어린이에게 쌍꺼풀 수술을 부추기는 성형외과 의사는 없다고 믿고싶다. 부득이한 상황에 아이들의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하는 성형외과 의사의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s://kormedi.com/1409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