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의사가 피부과 간판을 걸어 미용의료에 주력하는 경우가 빈번해 정작 피부질환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의료계 내부의 지적이 나왔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런 피부과 비전문의들이 미용의료 시장에 유입된 결과 필수적인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2일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라는 주제로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질환 등 치료 목적의 피부과 진료를 미용의료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피부과 비전공 의사들의 오진과 치료 부작용 사례를 들며 피부질환이 생긴 환자들에게 올바른 진단과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회 측은 피부과 의사를 표방하는 미용·일반의사들의 문제를 두고 피부과 전공의·전문의 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서는 ‘비피부과’ 의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이 피부과 의사라고 밝힌 사례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88.2%에 달했고, 진료과목 표시 위반(72.9%), 불법 홍보(62.7%) 등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설문 결과를 발표한 윤석권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진료과목표시 위반, 불법 홍보 등을 통해 비피부과 의사들이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고 있다”며 “일반의나 타과 의사들이 피부미용시술을 한다고 피부과 의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피부과 의사들의 오진·치료 부작용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오진을 받아 스테로이드 연고로만 치료하던 환자가 대학병원 내원 후 ‘잠행 백선’으로 새롭게 진단되거나, ‘지루성 피부염’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알고보니 ‘옴진드기 감염증’이었던 사례 등이 제시됐다.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피부과 의사들 때문에 장기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를 많이 봤다”며 “피부과 진료는 미용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피부질환은 질병 부담 4위에 해당할 정도로 관리가 필요하고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피부과 비전문의들이 미용의료 분야에 주로 유입되면서 정작 피부질환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 현실에 대해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과 범주 설정이 잘못돼 있다는 입장을 폈다. 강훈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 “피부과는 여러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필수의료 과목으로서 오랜 교육·훈련이 필요한데도 그동안 비전문가에 의한 치료가 지속되며 각종 부작용과 사고가 속출해 온 것”이라며 “피부과가 많은 피부질환을 다루지만 피부미용만 하는 것으로 폄하되고, 의료환경을 황폐화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0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