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위험하지만, 그 위험성이 간과되기 일쑤다.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큰 데 반해 초기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관리를 소홀히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 주위에서 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고혈압이 가볍게 여기지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고혈압은 무증상 뒤에 숨어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방치된 고혈압은 혈관과 심장에 부담을 주고 나아가 뇌, 눈 등 우리 몸 곳곳에 합병증을 부른다. 합병증 중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질환도 있다. 즉, 고혈압을 방치하는 것은 몸속에 시한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몸속 시한폭탄, 고혈압
고혈압은 이름 그대로 혈압이 높은 상태다. 고혈압은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고혈압이 5~10%를 차지하며, 약 9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에 해당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원인으로는 가족력, 비만, 노화, 짜게 먹는 습관, 흡연 등이 주로 거론된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벽에 강한 압력이 계속 가해져 혈관이 약해지고, 혈관 벽에 상처가 나면서 혈관이 점점 좁아진다. 이 과정에서 심장도 망가진다. 혈압이 높으면 심장이 그만큼 센 압력으로 수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 심장 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손상된 혈관, 심장의 과부하가 지속되면 각종 질병이 도미노처럼 온다. 먼저 고혈압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인 심뇌혈관질환을 부르는 주된 원인이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병원 연구팀은 150만 명의 자료를 살필 결과, 심뇌혈관질환 원인 중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수축기 혈압이 높을 때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가장 커진다고 밝힌 바 있다.
고혈압이 부르는 심뇌혈관질환으로는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증, 뇌출혈이 대표적이다. 드물지만 대동맥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들이다.
이 외에도 고혈압은 신장, 망막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을 방치하면 수명도 10~20년가량 짧아진다. 더군다나 고혈압 합병증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혈압이 높고, 유병 기간이 길다면 젊어서도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나이에 상관없이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 추울수록 주의해야
고혈압은 대개 자각증상이 없다가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때문에 흡연, 비만 등 고혈압 위험 요소를 가진 이들은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혈압 상승에 의해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어지러움, 두통, 피로감, 심계항진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 증상이 나타난다면 고혈압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혈압 의심 증상은 추워질수록 잘 알아둬야 한다. 기온이 내려가면 반대로 혈압은 상승하기 때문. 정경원 원장(감계삼성내과)은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열 손실을 억제하고, 동시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장은 “이로 인해 동맥이 혈전으로 막히거나 터지면 심뇌혈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3mm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진다. 이를 증명하듯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2022년 고혈압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두 해 모두 12월에 가장 많았다. 뇌출혈, 뇌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1~2월에 많이 나타난다는 통계도 여럿 나와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1월부터는 다른 때보다 더 고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금연과 금주,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적절한 식사와 운동요법으로 고혈압을 예방·관리하길 권한다. 고혈압 환자라면 혈압 강하제 등을 복용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생활 습관 교정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148 | 하이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