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중에 ‘여우와 포도’란 글을 우리 모두 읽어 보았을 것입니다. 배고픈 여우가 잘 익은 포도를 따 먹으려고 아무리 뛰어 봐도 따 먹을 수 없게 되자 “저 포도는 시다”고 하면서 포기하고 갔다는 이야기이지요.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 포기하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말로 비유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서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떤 생산적이거나 건설적인 일이라면 누구나 끝까지 노력해야 되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욕망을 위한 경우라면 웬만큼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에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끝까지 노력해서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도 되지 않을 경우에는 편법이나 옳지 않은 방법을 택하게 될 수도 있고, 그래도 안 될 경우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절망하여 삶에 대한 의욕조차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것을 얻고자 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것, 또는 편법이나 옳지 않은 방법까지 동원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잘못된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욕심이나 잘못된 집착의 결과는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요즈음 그런 뉴스거리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그 결과는 패가망신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의 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일찍 포기했더라면 마음 편하게 다른 방법이나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은 비약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만,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는 일, 즉 봉사활동을 오래하거나 그 현장을 자주 보게 되면 사람 몸의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하며 그것을 ‘테레사 효과’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테레사 수녀님께서 아프리카의 빈민들을 도와주느라고 자기 몸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에도 면역력이 강해져서 오래도록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군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과 자신의 이익이나 욕망만을 좇는 사람, 너무 극과 극을 대비한 것이고 또 모든 사람들에게 남을 위해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욕망에 대해 웬만한 선에서 멈출 줄 아는 것은 결코 비겁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현명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절제된 마음이 어떤 계기로 승화하여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저 포도는 시다”하며 포기하고 돌아선 여우를 더 이상 비웃지만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