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팩토리.
사람의 두뇌는 아이디어 공장이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조금씩은 규모가 다르겠지만 이세상 대부분의 인위적인 형상들은 모든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빠져나온 생각의 결정체임에 틀림없다.

나는,
무언가의 일에 골똘히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순간 번쩍하는 생각이나 처음부터 술술 풀려나오는 발상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또는 지나치게도 보이는 집착을 가지고 있다. 그 집착의 대상의 일부분은 당신의 동감과 인정을 얻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혼자만의 소유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리고 망각한다.

그런 소수의 몇몇 발상들을 당신에게 털어놓았을 때의 기쁨이란, 당신이 동의을 해주든 이의를 제기하든 그전의 문제로서 이루말할수없는 무의식의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몇안되는 기쁨의 원천중 가장 개인적이고 보수적인 것인다, 나에게는.

그후 동의를 외치는 당신의 올라간 한손을 눈으로 보지않아도 나 스스로가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은 어느때보다도 급상승 중일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건 아니야' 라는, 나로서는 당장 이해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논리로, 아이디어 팩토리의 굴둑을 막아버린다면 막힌 굴둑처럼 얼굴이 달아오르고 어떻게든 내가 막혀 터지거나 혹은 뚫을 수 있도록 아직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머리속의 단어들을 눈에서부터 조합하여 내뱉어버린다.

그러나 이내 곧, 나는 사소한 트러블로 얼굴 붉히는 게 더 싫을 만큼 자존심이 쎈 인물이 아닌 탓에, 겉으로는 한걸음 마음속으로는 수만리를 물러나곤한다.
그리고 그뒤엔 아무생각도 떠 오르지못한다.

당신이 만튼 턱 하나 때문에 내 아이디어 팩토리가 '전면 가동 중지'가 되어버린것이다. 한 동안 재가동이 될려면 당신과의 이야기를 웃음으로 바꿔야 했고 나는 끝없이 그때를 잊을수있는 다른 화제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가동 중지의 내 공장은 이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참을 생각한 후에서야,
당신이 만든 턱은 내가 아직 지나오지 않았던 생각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자연발생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스럽고 생각이 짧았나에 괴롭기만 하다.

당신이 만든 턱은 곧, 나의 사다리인 것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짧은 시간안에 알게 된게 참 다행으로 느껴질 뿐이다.
별을 따기 위해서는 아직 사다리가 많이 필요하다.
(황인철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