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16년에 코 첫수를 했고 부목 떼기도 전부터 실루엣이 마음에 안들어서(내 주관적인 불만족이 아니라 그 누가봐도 잘못성형한 코였어. 콧대 시작점이 아주 높고 두꺼운 실리콘이 들어간데 비해 코끝은 약하게 올라간 직선코였어! 심지어 모태코가 콧볼이 넓은 편인데 코끝이 연골묶기 교정이라든가 등등의 술기가 안들어간 상태로 비중격연골로만 약하게 올라가 있었으니 콧대만 높은 퍼진코였지) 아주아주 불만족했고, 살기 싫을 정도였음.
그럼에도 재수술을 안하고 그냥 살았던 이유는 일종의 체념이랄까, 무지랄까. 내 코는 원래가 워낙 못생겨서 이게 한계인가보다 누가 수술했어도 이 모양일거야 했던 것 같아. 쌍수도 양쪽이 인라인 아웃라인 짝짝이로 돼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나는 모양 불만족보다 수술을 또 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더 커서 그냥 스트레스를 오지게 받고 참고 사는 스타일이라… (나는 제대로된 마취과의사가 없을게 분명한 성형외과병원들에서 마취하고 수술받는게 너무 공포야. 뭘 쌍수 하나 하는걸로 그렇게 겁을 먹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난 그 쌍수 마취약 부작용 하늘 날았다가 떨어졌다가 옆으로 밀렸다가 그거 알지 다들? 암튼 그것도 심하게 느끼고)
그렇게 살다가 올해 초에 갑자기 콧등 한 가운데에 실리콘이 U자로 비친다는 걸 알게되었고 여름부터 병원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어! 난 당연히 이게 심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성형외과 의사들이나 상담실장들은 부작용이 아니라 코 성형 후 시간이 경과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종의 노화 과정인 듯 말하더라고… 좀 놀랐지. 그 분들은 구축미만잡으로 생각하는 듯하더라.
아무튼 몇 군데 상담을 받고 CT촬영을 하면서 알게 된 내 코 모양 변형의 이유는
1. 피부가 얇아져서 실리콘이 비치는 게 아니라, 비중격만으로 코 끝을 올려놓아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골이 흡수되었고 코끝이 떨어지게 되면서 콧등 실리콘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
2. 첫수술에서 실리콘을 잘 카빙해서 썼으면 괜찮았을텐데 7-8mm 뭉툭한 실리콘을 콧대 한가운데 넣어놨다. 코끝이 떨어지더라고 실리콘이 콧대에 잘 밀착되어있었다면 비침이 덜했을 것(첫수술 병원의사 술기가 미숙했음)
진짜 모든 병원이 이렇게 말하더라고.
이번에 상담 다니면서 추구했던 방향은
1. 이번이 꼭 마지막 수술이어야한다. 나는 수술이 너무 무섭기때문에
2. 실리콘 비침만 없어지면 된다. 코 모양이 예뻐질 필요는 없다. 나는 남자코처럼 두꺼운 코가 돼버린 첫 수술, 모양 만족도가 0이었기때문에 차라리 개 발바닥 모양이었던 모태코가 더 좋았을정도라 모양 개선에 대한 기대는 낮았음.
3. 안전했으면 좋겠다. 코를 많이 조작하고 싶지 않다.
이거였어.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고있듯이,
1. 이번이 꼭 마지막 수술일지는 모르겠음. 구축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을지는 장담 못하니까.
2. 노화는 언제나 진행중~ 내 세포들은 자꾸 죽어가는데 피부는 얇아져가는데 죽는 날까지 실리콘이 안 비칠수 있을까?
3. 코 수술도 트렌드가 있는듯, 내가 디테일하게 조작하고 싶다고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기 싫다고 안하는 것 같지도 않아. 코 디자인도 그렇다고 느낀게 집도의랑 디테일하게 상의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상의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 같지도 않아. 너무 비관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의사랑 디자인에 대해 5-10분 이야기하는게 그냥 일종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거지 그 시간을 통해 디자인이 뭔가 결정이 되고 그런건 아닌 것 같아. 의사마다 본인 손에 익은 확고한 디자인이 있는 것 같고 그게 모태코의 특성이랑 버무려져서 예쁘기도하고 유니크하기도 한거지 결국 누가 수술했냐에 따라 다 비슷하게 나오는 느낌?(이 부분은 뇌절일수 있음)
아무튼 상담도 다니고 성예사 글도 보면서 수없이 많은 생각들을 하며 굳이 재수술을 해야하나, 누가 내 코를 본다고 그냥 살까 싶다가 9월이 넘어서야 개원한지 3년 안된 1인원장님이 운영하는 병원에 예약했고 또 예약한지 두달이 지나서 지난 주에 수술하고 왔어. 수술 날 아침까지도 고민이 되더라. 어차피 3수 해야한다면 그냥 완전 제거가 답이아닐까 이런 고민.
여기까지 쓰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긴 글이라 미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코재수술프로젝트가 나름 올 초부터 지금까지 대장정이라서 생각이 너무 많았고 이걸 꼭 말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