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장장 몇 년에 걸쳐 고민하고, 외모 자존감
박살나서 마음고생도 많이하고, 드디어 발품 다 돌고
여기서 하면 망할 일은 없겠다 싶은 병원에서
수술 예약까지 잡고 하루하루 날짜만 세다가
결국 고민 끝에 수술 포기했습니다.
수술 포기한 이유는
1. 내 생각처럼 잘 되리라는 법이 없다
제 눈에는 모태코가 그렇게 엄청 나쁜 편은 아니라
맨날 제 사진 보면서 더도 덜도 말고 딱 5프로 정도만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술 방법도 의사선생님이 이럴거면 수술 왜 하냐
싶을 정도로 보수적이고 최소한으로 부탁드렸구요.
그런데 결과물이 꼭 제 생각처럼 좋으리란 법은 없고,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앞섰습니다.
2. 혹여 잘못될 시 되돌릴 수 없다
받기로 한 수술이 비중격과 매부리를 손보는 수술이라,
만약 잘못될 경우 절대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부분도 무서웠습니다.
3. 기능에 문제가 생길까봐 두려움+비염
모양이 맘에 들더라도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제가
심한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 수시로 콧물을 닦아
주어야 하는데, 코수술을 하면 아무래도 예전만큼은
마음 편하게 코를 만지고 풀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모양이 계속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
당장 결과가 좋더라도, 1년 후 혹은 10년 후
코 모양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중에 서서히 안장코가 진행될까봐
강한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5. 재수술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위에 서술했듯 모양 및 기능 상의 부작용이 생긴다면
필시 재수술을 해야할 터인데, 도저히 그런 상황을
직면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간도 시간이고
돈도 돈이고...향후 몇 년 간 커리어 상의 중요한 전환이
있을 예정이라 맨날 거울보고 전전긍긍하며
추가적인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6. 저의 예민한 성격
1번부터 5번까지 다 읽으셨다면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꽤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타입입니다.
(한마디로 극쫄보입니다....)
수술을 해서 좋아질 부분에 대한 기대와 기쁨보다는
잠재적인 부작용 및 불만족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더 컸고, 수술 직후부터 부목 떼고 붓기가 다 빠지기
전까지의 소위 '정병 시기'를 잘 견뎌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안장코가 오지 않을까,
비염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등등
쓸데없는 걱정만 커지게 될 것 같았습니다.
수술을 포기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정말 애인을 들들 볶아서 하루에 코 사진만 다양한
각도로 수십 장 찍었고, 동영상도 찍어서 멈춤 상태에서
천천히 스크롤바 옮겨가며 광적으로 제 코를 분석했어요.
객관적인 미에 부합하는 코는 절대 아니지만 저만의
매력과 개성이 있는 코여서, 그걸 잃게 될까 두렵더라구요.
아직도 코수술에 미련과 아쉬움도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본연의 제 모습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꼭 손품 발품 열심히
파신만큼 수술 성공하시고, 바라는 모습 얻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여기 코 사진 올렸는데 좋은 말씀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특히 다음생엔ㅋㄹㄴ
예사님 글 두 번 올렸는데 알아봐주시고 길게 댓글로
좋은 말씀 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재수술은 더 스트레스지.. 보통 염증부작용 아니고서는 살짝 더 욕심내려고 재수술하는데 그 살짝이 잘 될거라 기대하는게 너무 힘들어. 첫 수술로 만족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어려워서 안할 수 있으면 안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글에서 말했듯이 살짝 욕심내서 했다가 또 뭔가 생각했던 대로 안나오고 살짝 아쉽다 생각하는 순간 늪에 빠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