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면 길어질까 싶어서 쓸까말까 하다가 이런 솔직한 후기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남깁니다.
저는 2012년 말에 코수술을 한 남자구요, 친누나의 '넌 코 하면 딱이다' , '내가 돈 대줄테니 해라' 하는 말에 넘어가 당시 지방에서 실리콘 4mm , 귀연골 시술하였습니다.
비서울. 지방이라고 했지만 그 지방에서는 나름 유명한 곳이라 믿고 했는데. 마치고 나서보니 여자들 버선코마냥 되었죠. 눈썰미가 없어 잘 볼줄 모르는 저조차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들린거 아니에요? 물어보니 잘되었다고만 하더군요(이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좋게 말하면 순진, 나쁘게 말하면 호구인 시절이라 의사들은 무조건 잘됐다고만 하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누나도 코 이쁘다고, 잘됐다고 하니 그저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ㅎㅎ 근데. 디자인을 떠나서 어느날부터 이물감이 들면서 코에 자극이 오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을 하며 근처 병원에 갔습니다. 그 의사는 괜찮다, 코수술한거 돈도 아까운데 염증약 처방받고 그냥 지내라고 하더라구요.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님 코 상태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ㅋㅋ 상태가 어찌됐든 본인이 한거 아니고 돈 안되니 돌려보낼 뿐 입니다.
의학적인 부분에 대해 잘모르니 그런가보다 하면서 몇달을 지내봐도 자꾸 느껴지는 이물감에 찝찝했습니다. 그러다 정말 위기감이 들어 여기저기 검색하며 찾다 제거로 유명한 병원을 가봤고, 선생님께서 아.. 하시며 거의 튀어나올 지경인데요? 제거해야겠네요. 하시더라구요 ㅎㅎ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이 병원에 대해서 후기 호불호를 보며 정말 괜찮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의사선생님 막말하신다?? 라는 얘기까지 듣고 끝까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여러 후기 정독 후, 일단 한번 가보기나 하자. 믿고 갔으며 저 얘기랑 여러 설명 듣고 신뢰가 갔습니다. '이 의사선생님 정말 솔직하시구나' 생각이 들었네요. 그날 바로 제거 결정내리고 수술했습니다.
각설하고. 일단 제거하면 초기에 깜짝 놀랍니다. 성형수술 처음했을 때보다 더 많이 부어서 붕대 제거와 동시에 충격. 인면어, 아바타가 뭔지 실감했네요. 좀 더 지나면 성형수술한 정도로 높진 않지만 콧대가 살아있어서 제거 했는데도 괜찮은데? 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더더 지나면 가라앉고 옛날 코 모양 나옵니다. 낮지만 자연스럽던 그 코로요(거의 90%? 흡사).
모르겠어요. 재수술이 낫지 않냐 하시는 분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제거한 것에 대해 정말 만족스럽고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 코수술을 하고 너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었거든요.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이. 첫째로 여자들 진짜 귀신같이 수술한거 알아봅니다. 이정도면 자연스럽지 않나? 싶은데. 친해진 애들이 야! 너 코한거지? 꼭 물어봐요 ㅋㅋ 본인은 그 말 하면서 자기가 눈썰미 좋다고 하는데, 이런 말하는 친구가 알아본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아챈겁니다. 여기서 스트레스 느껴지구요.
두번째로 어디 부딪히지 않을까 스트레스 받아요. 여자친구나 누군가 실수로 쳤을 때 붙잡고 끙끙대고 있으면 미안하다 막 그러는데.. 존나 민망해요ㅋㅋ 이따위 코가 뭐라고 애지중지하나
셋째로 주눅이 듭니다. 누군가 잘생겼다 해도 별로 안기뻐요. 난 어차피 코 건든 새낀데.. 이 생각이 듭니다.
근데 제거하죠? 그 모든 스트레스에서 해방됩니다. 코수술하고 아주 가끔, 이런 수술을 추천해준 친누나를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죠. 결과야 어찌됐든 저를 위해서 돈까지 대줬는데. 그걸 최종 동의한 것이 저니까 다 제 잘못이죠.. ㅎㅎ
지금 이 게시판을 보는 분들 중에는 후회하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후회하시죠? 무조건 제거하세요. 진짜 만족합니다. 성별이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제거한 모습을 불만족하고 재수술을 하실수도 있겠지만 일단 저는 정말 제거에 만족하고 후련합니다. 이게 진짜 나다. 싶은 기분이에요.
코수술 이후 힘든 분들이 모두 저와 같은 해방감을 느끼길 바라며 이만 후기 줄입니다. 스트레스 없이, 코 따위 신경쓰지마시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