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십수년전 수술했고 따로 구축이나 염증이 온건 없는데 최근들어 코끝 연골 비침이 티나기 시작했어. 코가 무겁고 불편한 느낌과 (기분탓일진 몰라도)숨이 시원하게 잘 안쉬어진다는 느낌? 미간 쪽 묵직함 등등.. 뭔가 불편감이 최근에 오래 가기도 했어(현재 진행중임) 그러니까 불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제 때가 온건가 싶더라.
사실 수술코 모양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어.
모태코가 약간 맘에 안들어서 가끔씩 사진찍을때 짜증이 났던 정도라면 수술코는 뭔가 그냥 부끄럽고 거북하고 싫더라. 내가 원하는 모양이 되지도 못한데다가 수술한 티만 나니까 괜히 처음만나는 사람들 볼 때 위축되고 힘들었어. 비중격 연장 해놔서 움직임도 불편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얼굴 만지지도 못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컴플렉스가 되버리더라. 시간이 지나고 많이 옅어져서 화장하면 거의 안보이긴하지만 비주흉터 남은것도 가끔씩 보면 짜증나.
이럴거면 진짜 괜히 했다 라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ㅋ.. 첫수할때 생각나는게 콧털 다 깎구 수술준비하면서 화장실 다녀오라해서 갔는데 변기에 앉아서 아 그냥 튈까 수술비 환불 안되겠지? 하고 고민했던게 아직도 생각나. 그때 그냥 수술 못받겠다하고 나올껄. 그깟 몇백 돈이 문제냐 내 인생이 달린일인데 그 수술 이후로 한참 자유롭게 활발하게 살아야할 예쁜 나이에 안해도 될 고생하고 나이 먹어가는내내 스트레스 받을 줄 몰랐지.
그래도 어린나이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동네 병원에서 덜컥 지른 수술임에도 그나마 구축이나 기능문제같은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점만으로 위안삼고 재수술 무서워서 참고 살았어. 아 기능문제 있었나? 비염 좀 심해지고 후비루 증상 심해지고 뜨거운거 먹을때 콧물 겁나나옴.. 근데 이건 어릴때부터 어느정도 가지고 있던거라 그러려니 하는중.
몇년 지나면서 붓기 좀 빠지니까 또 어떨 때 특정각도에서보면 나름 이뻐보이는듯도 하고? 모태코에 비해 아무래도 코끝이 얄쌍해졌으니 그럭저럭.. 원래 백프로 만족은 없다 이러며 타협하고 살다가 그러다가도 또 어느날 갑자기 거울보면 기분이 확 다운되면서 너무 우울해기도하고 그랬었네.
여튼 이런 중에 재수술을 해야하나 제거를 해야하나 아님 당장 문제될게 없다면 그냥 더 늙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하나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어. 고민하다보니 진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게 도저히 끝이 안나더라. 그냥 가지고 살까 그랬다가 더 늙어서 뭔가 상황이 악화되서 힘든 수술해야되는거 아닐까 그냥 지금 재수술 한 번 지를까 아니 그랬다가 수술 망하면 어떡하지 아예 제거를 해볼까 그냥 제거했다간 코 주저앉고 들리고 난리난다는데 머리 터질 것 같았어 자꾸만 애초에 첫수술을 했던 그 시절의 내가 원망스럽고 제대로 말려주지 않고 수술비 내줬던 엄마가 원망스럽고(엄마 미안) 매일밤 몰래 울고ㅋㅋㅋㅋ 하 씨.. 나이먹고 이게 무슨 짓인지
성형인 컴플렉스ㅋ로 예전사진도 거의 다 지워버리고 기껏해야 남은거 졸업사진 정도인데 오랜만에 펼쳐봤더니 예전의 내 코 되게 나쁘진 않더라. 조금 투박하지만 전체적인 균형도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고 귀여웠네. 실제로 나 수술해줬던 원장님도 못난코 아닌데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라고 말했었던게 기억나면서 더 뼈져리게 후회된다. 그 때의 나를 왜 더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지금보면 귀여운데 그때 나는 왜 내 모습을 그렇게 미워했을까 또 눈물이 나네. 그시절의 내가 원망스럽다가 이젠 또 나한테 미안하다ㅋㅋ
그렇게 요근래 한동안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심정으로 고민을 해왔어. 어쨌든 계속 고민하고 손품이라도 팔아보고 하다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이 최대한 위험요소를 없애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는거라는걸 느꼈어.
예뻐지고 싶은 생각 이제 딱히 없어 자연스러운게 최고같아. 그렇다고 당연히 추물이 되기는 싫지. 그러니 최대한 모태코 비슷하게 큰 탈 없이 돌아가야만 하는데 그게 될까.
이 방향을 잡기까지도 이렇게 괴로웠는데 이제 남은건 어느 병원에서 어떻게 수술을 해야하는가를 결정해야하는거네. 이건 또 새로운 고통이다 찾아볼수록 너무 겁이나고 걱정돼.. 잘 될 수 있을까
완전 제거하고 장기후기가 많이 없어서 더 무섭다
물론 수백건의 후기가 있다한들 내 케이스가 어차피 같을 수도 없는거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의 위안을 찾고 싶달까
난 절골도 했고 코끝도 건드렸으니 왠지 제거 위험부담이 빡셀 것 같아서 더 겁나
지금 대외적으로는 아무도 내가 이런 고민하고 있는줄 모르고 가족들도 몰라. 나혼자 끙끙거리고 있자니 더 괴로운 것 같네. 일단 병원 상담 다니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겠지? 아직은 손품밖에 못팔고 있는데 이달 말 안으로 상담 다녀보려고해.
질질짜고 죽고싶어하는건 딱 오늘까지만 하려고 결심하는김에 그냥 여기 구구절절 하소연해봤어
잘 하고 나 평안을 찾을 수 있겠지?
제거하고 잘 살고 있는 예사들 경험 많이 공유해줬으면 좋겠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