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 2024]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시작 후 자살 충동 등 정신과적 문제 2건 증례 보고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그리고 항당뇨병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충동 등 정신과적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위원회(PRAC)는 9개월간 보고서와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GLP-1 제제와 자살·자해 충동 및 행동 간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지난 1월 GLP-1 제제와 자살 충동 또는 행동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4~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정신과학회 연례학술대회(APA 2024)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 치료 이후 자살 충동 또는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에 대한 증례 2건이 보고됐다.
첫 번째 사례는 42세 여성으로 양극성장애 1형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비만,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병력이 있었다.
이 환자는 정신과적 병력으로 인해 비만대사수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됐고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항당뇨병제인 오젬픽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오젬픽 치료 시작 이후 불과 3주 만에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나타났고 허무망상이 길어지며 스스로 목을 조르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 2~3주 내 과민성, 기분 불안정, 수면장애 등 경조증 유형 증상이 나타났고 2~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오젬픽 투약을 중단하면서 자살 충동과 행동이 점차 개선됐다.
환자 사례를 발표한 미국 베르겐 뉴 브리지 메디컬센터 Shahan Syed 박사는 "오젬픽 처방이 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환자에게 GLP-1 제제를 처방할 경우 기분, 수면, 식욕, 특히 불안 등을 일주일에 한 번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없지만 향후 GLP-1 제제에 양극성장애 환자 처방에 관한 박스형 경고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료진은 환자의 가족력과 정신과적 병력을 철저하게 조사하면서 환자 특징을 고려해 약물을 처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마들루타이드 치료 시작 후 6주 만에 급격한 행동 변화 등의 부작용
두 번째 사례는 72세 남성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시작했다. 이 환자는 우울증, 뇌실복강단락술 후 정상압수두증, 프로락틴종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병력이 있었다.
환자는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시작 후 6주 만에 급격한 행동 및 생각 변화가 확인됐다. 예로, 집청소와 같이 목표 지향적인 활동을 하거나 이웃이 사망했다는 등 허무망상이 나타났다.
병원 정밀검사에서 프로락틴, 갑상선 호르몬, 뇌실복강단락술 기능 등이 정상이었고 눈에 띄지 않는 자가면역 패널검사 결과가 확인됐다. 또 PET/CT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암시하는 비특이적 결과가 나타나 치매 전문의에게 의뢰됐다.
이 환자는 나이로 인해 원발성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됐지만 항정신병제를 투약하며 퇴원했다.
환자 사례를 발표한 미국 웨일 코넬 의대 Jodie Nghiem 박사는 "이번 사례는 신경정신과적으로 취약한 환자에게 GLP-1 제제 사용 시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GLP-1 제제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모든 의료 전문가는 이 같은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 약물의 적응증이 확대됨에 따라 GLP-1 제제의 신경정신과적 위험과 혜택을 확인하는 연구가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