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오락 프로그램에 남자 연예인의 벗은 상체가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멋진 윗몸을 보여 달라는 진행자들의 짓궂은 주문에 연예인은 조각처럼 잘 다듬어진 복근을 보여준다. 방청석에서는 탄성이 터지고, 연예인은 8주∼12주간 단백질 식이요법과 근육운동을 병행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근육질 커밍아웃’을 바라보는 스포츠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과학적 운동원리와 영양학적 분석의 잣대로 보면 이런 ‘속성 근육 키우기’는 건강 측면에서 위험한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 사용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미스터코리아 출신인 대한보디빌딩협회 이보형 부회장은 ‘몸짱 열풍’이 보디빌딩 운동상식에 맞지 않으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몇 주간의 운동으로 조각 같은 근육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문 선수이거나 금지약물을 쓰지 않았다면 적어도 1년 정도 체계적인 운동을 해야 그런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자 연예인들은 촬영, 각종 시사회에서 대중 앞에 몸을 드러낸다. 경쟁력 있는 근육을 만들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매일 2∼3시간씩 땀흘리며 ‘올인’해야 한다. 평소 시간에 쫓기는 연예인들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들을 지도하는 트레이너들이 스테로이드나 유사한 성분이 섞인 보충제 등을 이용해 단기간에 근육을 만들어 주곤 한다.
보디빌딩 선수 출신인 트레이너 C씨는 “복근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A씨, B씨 같은 경우 보디빌딩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물을 쓴 것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로 단기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근육질감이 아니다”며 “몸 만드는 과정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에 정통한 일부 트레이너들이 전문선수들의 스택(스테로이드 사용법)을 적용했다는 소문이 쫙 퍼져 있다”고 말했다.
몸짱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개그맨은 “몸 만드는 것을 무료로 도와준다고 찾아온 트레이너가 권한 단백질 보충제를 사 먹고 효과를 봤는데 그 성분이 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헬스할 때 벤치프레스를 최고 120㎏까지 들었는데 12주 동안 운동한 뒤 145㎏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의학 전문가는 “복용했다는 단백질 보충제 성분이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에 각광받는 UCC 몸짱 스타 중 일부도 속임수를 쓴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보디빌딩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 일부러 운동을 쉬어 살을 찌운 뒤 약물을 이용, 단기간에 지방을 빼 예전의 근육질 체형을 회복하는 모습을 찍어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과 몸짱 트레이너, UCC 스타들의 잘못된 몸 만들기 관행은 일반인, 특히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몸짱’만 될 수 있다면 금지약물이라도 먹겠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고교 양호교사가 학생이 근육 키우는 약을 먹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고, 어떤 병원에서는 환자 때문이라며 금지약물 소변검출 기간을 묻기도 했다. 일반인에게도 금지약물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에도 출연하는 의사 A씨는 거식증, 폭식증 환자를 치료하는 보디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몸짱이 되려는 일반인, 운동선수들에게 각종 스테로이드 약품을 편법 처방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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