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못지않게 중년여성들 모양 보정 수술 늘어요즘은 눈 둘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과감한 노출을 서슴지 않는 여성들도 크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몸매 관리니, 왁싱이니 하며 노출을 위한 몸 가꾸기에 관한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여성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특히 빈약한 가슴 때문에 여름이 두려운 AA컵 여성들을 향한 상술은 갖가지 먹는 약과 희한하게 생긴 각종 도구까지,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인 여성이 ‘가슴 사이즈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수술뿐이다.
코히시브 젤 정면과 단면: 지난 7월 20일, 식약청의 판매 승인을 받은 실리콘 젤의 일종인 코히시브 젤(Cohesive Gel). 2. 코히시브 젤은 메밀묵처럼 응집력이 강해 파열되지 않는다. 3. 코히시브 젤의 측면: 물방울형으로 만들어져 좀 더 쉽게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 수 있다.
가슴 확대 수술을 받는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가슴 크기가 10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졌다.
가슴 성형을 원하는 환자의 연령대도 넓어지고 있다. 젊은 여성 못지않게 중년 여성들의 가슴 확대 수술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중년 여성은 가슴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목적인 젊은 여성층과 달리 모양을 보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몸매 성형 전문 병원인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연령이 어릴수록 가슴의 크기를 키우려는 경향이 있고 나이가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크기와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층과 중년층의 가슴 성형 수술의 차이점을 말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술 후 촉감에 대한 강박관념이 적어지고, 옷맵시와 자신감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에 대한 남성의 관심도 뜨겁다. 바람성형외과는 1994년부터 2003년 사이 성형한 남성 환자 394명을 조사했는데, 1994년 65건에서 2003년 196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꽃미남, 메트로섹슈얼, 몸짱 열풍 등의 영향으로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탓이다.
남성의 몸 관련 성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위는 ‘여성형 유방증’이다. 1994년 남성 성형을 보면 코가 전체 성형의 36.9%로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이어 흉터(27.7%), 여성형 유방증(20.0%) 순이었다. 반면, 2003년 남성 성형을 보면, 여성형 유방증이 50.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이어 코(23.0%), 기타 얼굴 성형(12.2%)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형 유방증은 청소년기 호르몬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건강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남성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여성형 유방증 수술이 늘어난 데는 남성의 패션 트렌드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예전에는 한여름 바닷가나 수영장을 제외하고는 웃통을 벗을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여성형 유방증이 있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성복에도 가슴 선이 드러나는 클리비지 룩이 나오는가 하면, 상체에 딱 달라붙는 민소매로 자연스럽게 상체를 보여주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여성형 유방증을 성형하는 비율이 10년 사이 무려 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도 장 담근다
여성들이 다른 성형 수술에 비해 유독 가슴 확대 수술에 수동적인 것은 유방암을 유발하거나 임신과 출산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가슴 성형은 안전하고 만족도도 높지만, 두 가지 부작용이 있다. 첫째는 수술 후 촉감이 단단해지는 ‘구형 구축’이고, 둘째는 수술이 10년 정도 경과하면 인조 유방 삽입물이 마모되어 내용물이 밖으로 스며 나오는 현상이다. 따라서 가슴 확대 수술법의 발전 과정은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리콘 젤 가슴 확대 수술 전후 사진.
최근에는 겨드랑이를 절개하고 내시경을 이용하여 시술하기도 한다. 과거 전통적 방법의 가슴 확대 수술은 겨드랑이에 작은 절개 창을 내고 여기로 기구를 넣어 보형물이 들어갈 자리를 잡았다. 이 경우 시술자의 감각에만 의존하여 시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내시경을 이용하면 시술 부위를 보면서 시술할 수 있어 훨씬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혈과 통증이 적고 구형 구축이 발생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게다가 보형물의 수명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 마모되는 부작용도 혁신적으로 줄어들었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더블루멘이라는 보형물은 겨드랑이에 작은 밸브를 심어 수술 후 크기 조절이 가능하도록 만든 실리콘 보형물의 일종이다. 이 보형물은 유방암 재건 및 선천 기형 환자들의 수술 횟수를 줄여주고 수술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2년 미국 성형외과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부작용 발생률은 전체 수술의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한층 편안하고 빨라진 성형
가슴 성형 보형물 변천사: 식염수 팩에서 실리콘 젤까지 가슴 성형 수술에 사용하는 최신 보형물들.
회복 기간이 짧고 시술 후 2~3일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프티(petit, 작은) 성형이 가슴에까지 확대되어 발 빠른 트렌드 세터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프티 가슴 성형에 사용하는 것은 주름살을 펴거나 얼굴이 함몰된 부위에 주사하여 매끈하게 만드는 주사액의 일종인 레스틸렌(Restylene)이다. 이 주사액은 종류에 따라 사용 부위나 사용량이 다르다. 그중 가슴 확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레스틸렌 서브큐(Restylene SubQ)로, 2004년부터 유럽과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레스틸렌을 이용한 가슴 확대술이 전체 가슴 확대 수술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신 마취가 필요 없어 안전하고 시술이 간편하며 흉터가 남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주사액보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단점은 주사액이 너무 비싸서(양쪽 가슴 기준으로 600만 원) 많은 양을 주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밖에 수술 부위의 봉합 기술이 향상된 것도 가슴 성형을 쉽게 결심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다. 실로 꿰매고 푸는 번거로움이 없는 ‘수술 부위 접착용 본드’가 등장한 것이다. 수술 부위를 본드로 접착하려는 노력은 1950년대부터 있어 왔으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실용화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더마본드(Derma bond)를 개발하고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거쳐 임상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마본드는 8개의 긴 탄소고리로 구성되어 조직 안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결합력이 기존의 접착 본드에 비해 3~4배 강해서 실(봉합사)을 사용하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수술할 때 실로 꿰매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는데다가 수술 경과를 관찰하기에도 용이하다. 보통 실로 꿰매면 피나 체액들이 상처 부위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으나 더마본드를 이용하면 피나 체액이 전혀 상처 부위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멸균 코팅해버리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결국 상처 부위가 깨끗하고 수술 후 곧바로 샤워도 할 수 있다. 다만 더마본드를 사용할 때, 지혈을 확실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면 피가 고일 수 있고 흉터를 남길 수 있다.
이준규〈경향신문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