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초에 두 번째 수술을 했어요. 첫 수술은 2004년인가 5년 12월에 했었구요.
첫 수술때 콧대는 고어텍스 코끝은 귀연골로 했는데 비주도 완전 길게 빼놓고 높기는 또 얼마나 높은지..
저는 동글동글하게 생겼는데 코만 삐죽하니 정말 이상했어요.
그런데 모양도 엉망이었지만 점점 발적이 심해지고 자꾸 뾰루지 같은 게 올라오고 해서 겁이나서 여기 저기 병원을 다녔더니 다들 아무 이상 없대요.
그래도 너무 걱정이 돼서 성예사에서 되게 많이 알아보고 2008년에 재수술을 했습니다.
재수술때도 콧대는 고어텍스 코끝은 귀연골로 했는데 다행히 첫 수술 때 썼던 귀연골을 재사용이 가능해서 귀연골로 수술을 두 번 했어도 한 쪽 귀연골은 아직 멀쩡하네요.
두 번째 수술을 하고는 한동안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모양도 얼굴이랑 어울리게 잘 됐고 계속 나던 뾰루지도 수술 하자마자 더이상 나지 않더군요. 발적도 없어졌구요.
저는 궁금한게, 수술 하자마자 그런 증상들이 없어진 걸 보면 분명 그게 다 그 전의 수술의 부작용이었다는건데
왜 제가 찾아다닌 어떤 의사도 그게 부작용이 맞다고 얘길 하지 않은건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두 번째 수술 하고 2년 까지는 참 좋았어요.
코 수술한지 전혀 모르게 티가 하나도 안난다든가, 기능상 전혀 문제가 없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두 번째 수술 후에 냄새를 약간 못 맡게 됐어요.)
첫 수술이 워낙 엉망이라 심적으로 만족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 이 정도면 살만하다. 하고.
게다가 처음으로 남들한테 코 예쁘다는 소리도 들어보고..
물론 첫 번째 수술때 발적이며 뾰루지며 너무 고생해서 코가 조금이라도 빨개 보이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하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예민해 지기는 했지만
제가 원래 콧대는 어느 정도 있는데 미간이 많이 낮고 코끝이 약간 복코 스타일이어서 후덕해? 보이는 그런 이미지였거든요.
살짝 촌스런 이미지였는데 코 수술 하고 나서는 그냥 참하게 귀여운 스타일이 됐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에 덜렁이거든요.
여기 저기 되게 많이 부딪치고 다녀요.
남들은 일 년에 한 번도 코 부딪칠 일이 없다는데 저는 벌써 이거 코뼈 부러진 거 아니야? 생각 할 정도로 부딪친 적이 3~4번에 자잘하게 부딪친 건 셀 수도 없어요.
핸드폰도 떨어트리고 실수로 제 손으로도 치고, 문에도 부딪치고...
그러다 보니 또 슬슬 발적이 생기고 뾰루지가 나네요. 슬슬 문제가 생기려고 한 건 한 3년차쯤 부터지만 요즘들어 그 주기가 더 잦아요.
재수술한 지 햇수로 만 5년 하고도 4개월쯤 됐으니 문제가 생길때도 되긴 된 것 같지만..
저는 얘가 조금만 더 버텨줬음 좋겠는데 아무래도 올 해는 못 넘길 것 같아요.
오늘도 추운데 잠깐 나갔다 왔더니 코가 완전 새빨개져 있네요. 색도 색이지만 코끝도 완전 돌덩이처럼 땡땡해지고..
아무 생각 없이 코 푼다고 만졌더니만 코끝이 찡- 하더니(얼어 있는데 건드려서 코끝이 스트레스 받은 듯 해요)아직 조금 붉은기가 남아있고 계속 둔통이 있어요.
슬슬 코 끝 연골도 비치네요.
콧대는..요새는 뭐 거의 계속 조금 붉어져 있고- 제가 세게 부딪친 적이 많았다고 했잖아요?
그 때 안에서 부러졌는지 마트 같은 곳 조명 아래에서 보면 안에서 꺽여서 들어있는 것 처럼 보여요.
코 끝은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남겨두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완전 제거 밖에는 답이 없겠죠?
솔직히 제거 하신 분들 후기 중에 구축 같은 거 없이 모양 변화는 조금 있지만 만족한다. 하시는 분 보면 용기가 생겼다가
코 모양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고 시간이 가기만 기다린다고 하시는 분들 보면 너무 무서웠다가 왔다갔다해요.
구축이 오면 어쩌지? 코 끝 모양이 이상하면 어쩌지? 코 끝이 방울 토마토가 된다는데????어떻게 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 보면 차라리 제거보다 재수술이 쉬운 것 같고...
그런데 재수술 해 봤자 몇 년 괜찮고 또 이 고통이 반복될 걸 아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완전 제거하면서 코 끝 연골 재배치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제가 원래 미간이 많이 낮았어서 과연 적응이 될까 싶기도 하고 코끝도 연골 재배치를 하면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어떤 분이 말씀하신 제 3의 코. 그게 상상이 안가서 너무 무서워요.
그리고 요 5년간 새로 만났던 사람들이랑 관계도 왠지 다 끊길 것만 같고..
상대방이 괜찮다 하더라도 제가 자신이 없어서 그 사람들을 못만날 것 같아요.
지금 코가 문제가 없을때는 마음에 쏙 들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모양이 마음에 안들면 첫 번째 수술처럼 어느 정도 사람 같아만 지면 만족! 뭐 그런 마음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가끔이라도 예쁘다는 말도 듣고 다들 호감형으로 봐 주니까
이 얼굴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너무 두려워요.
제 친구가요.
제가 옛날에는 굉장히 낙천적이었대요. 무던하고. 하기야 그랬으니 첫 번째 수술 후에 그렇게 생긴 채로 한 3년이나 그냥 있었겠죠.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그런데 저는 지금 되게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거든요.
가만히 생각 해 보면 첫 수술때 부작용 나서 고생한 뒤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 만나기 싫어지고 우울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어도 니가 진짜 나를 알면 나를 좋아하겠니? 싶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제가 이 코 때문에 거의 6~7년을.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을 시기였던 순간들을 계속 마음 졸이면서 살았는데..
그때문에 우울증, 불면증 생기고.. 딱 한 명 절친 빼고는 제가 이런 상태인 걸 아무도 몰라요.
걔들은 제가 코 컨디션이 괜찮을때만 만나니까 그냥 코 예쁘다- 잘 했다- 하거든요.
저는 이거 때문에 수술이라면 진절머리가 나서 라식도 못하고 있는데...
전에 어떤 친구가 라식 왜 안 해? 하길래 살짝. 나는 수술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애- 했더니 야! 그런 애가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하냐? 해서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지 몰라요.
처음 수술해서 모양도 기능도 완벽하게 부작용 없이 평생 쭉 그렇게 갈 수 있었다면, 성형 중독도 아닌데 제가 왜 또 수술을 했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의 일이니까 참 그렇게 쉽게 말하더라구요.
아이고.
처음에는 그냥.
코 제거 하고 코 끝 연골 재 배치하려고 하는데 콧대를 자가 진피로 보강을 할까요 아니면 일단 제거 하고 살 만 하면 그냥 살고 정 안되겠다 싶으면 필러를 맞을까요?
미간이 너무 낮았던 데다 눈 사이도 멀어서.. 콧대 사이가 꺼지면 눈이 더 멀어보일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기는 하거든요.
필러를 맞았다가 그게 맘에 안들면 그때가서 다시 자가진피를 생각 해 볼까요? 근데 필러 후에 코수술하면 부작용 확률도 많고 또 코를 열어서 수술을 하자니(그렇게 되면 벌써 4번째!!ㅠㅠ)코가 너무 스트레스 받을까 봐 고민이네요.
님들 같으시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딱 요거 여쭤보려고 했던건데 넋두리가 길어졌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