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사년 전 친구가 했던 병원에서 하루도 고민하지 않고 저지른 결정에 몸과 맘이 고생했네요ㅎㅎ..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고, 모양도 이쁘고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어요. 근데도 갑자기 듣는 예쁘단 소리가 어색하고 늘 마음에 짐이었어요.. (코성형했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었어요. 그래서 더 죄책감에 시달린 것 같기도..) 사진도 안 찍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은 갈수록 여기저기 아프고 수차례 제거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사 년차가 되었네요.
올 봄부터 갑자기 코가 번갈아가면서 막히더니, 한 달 전부터 코막힘은 물론 미간부분에 압박,당김이 느껴졌어요. 그 날이 컨디션이 좀 안좋았는데 누우면 더 심해지니까 잠도 못자겠고.. 성형외과에선 이상없다지, 이빈후과에서도 씨티상 문제 없다지.. 근데 여전히 밤마다 당기고 누르는 느낌에 수면유도제로도 잠을 못잤어요.
제거도 수술이니까 되도록 코를 안여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위축되서 살아온 지난 사년을 떠올리고 이제는 이 알 수 없는 통증까지 안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제거가 최선인 것 같았어요.
결국 나를 알던 사람들을 못생겨진 얼굴로 마주할 각오하고, 생고생 다시 하고, 생돈 날릴 각오 하고 일주일 전 제거수술 받았습니다.
수술한 병원에서 백만원에 했구요. 다른 분들은 고어텍스 제거하실 때 떼어내는 느낌에 괴로웠다셔서 긴장했는데 저는 수술할 때나 제거할 때나 전신마취가 깨질 않았네요;; 이번에도 눈 뜨니 회복실이었어요. 대신 사년 전엔 전신마취하고도 말짱했는데 몸이 약해져서그런지 기도삽관으로 인한 목이 일주일 째 아프네요. 당일은 안 붓다가 다음날부터 삼일 째 까지 절정으로 부었구요.(수술했을 때의 다섯 배 정도..고어텍스라 그런가봐요) 그 뒤로 얼굴 붓기는 빠지고 노란 멍만 슈렉처럼 남았는데 오늘 부목 빼보니 미간 콧대는 아직 심하게 부어있네요. 코 끝에 비중격도 제거하느라 개방으로 했는데 실밥 뽑은 자리에 흉이 크게 남거나 하진 않았어요 아직은. 코 끝은 약간 붓고 노란 멍이 있는 상탭니다.
아 저는 비중격지지대는 남겨두었어요. 의사선생님이 코 끝만 제거하면 될 것 같다셨고 저도 지지대는 살면서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두었어요 너무 코가 들릴까봐 두렵기도 했고..(지지대때문에 이물감 느끼시는 분들 한 한달 정도는 기다려보고 제거 결정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한 달 까지는 신경쓰일 수 있는데 그 뒤론 저는 코도 막 풀고 그랬거든요.)
아직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예전 코가 벌써 보이네요. 모양보다는 코에 문제만 없길 바라고 있습니다. 좀 당기더라도 이제 보형물이 없다는 생각에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아요ㅎㅎ
성형은 정말 케바케 인 것 같고, 만족감도 마찬가진듯 합니다.. 저랑 같은 병원에서 수술한 친구들은 아직도 잘 살고 있어요. 성형에서 자신감 생기고 삶이 달라진 사람들도 많구요. 근데 저처럼 자존감 없는 사람은 수술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더라구요. 예쁘단 소리가 꼭 속이는 것 같아서 불편하지만 또 성형한 거라고 말 못하고 있는 내자신도 밉고.. 애꿎은 내코가 아닌 코를 미워해서 얘한테 병이 든건가 싶어요..ㅋㅋㅋ 성형을 결심했을 때 후회할 걸 생각 못했던 것처럼 얼마지나지 않아 슬슬 달라지는 코모양에 후회할 지도 몰라요. 그래도 지금은 속이 너무 후련합니다. 남의 관심 좀 못받아도 저답게 살았으면 좋겠어요ㅎㅎ 이런 얘기하면 가족들도 너 참 피곤하게 산다고 하는데, 성예사에선 같은 고민 하는 분들이 많이 보였어요. 덕분에 용기낸 것 같습니다. 저도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자 후기 남깁니다.(고어텍스 제거 후기는 귀하더라구요ㅋㅋㅋ). 성형이든 제거든 고민하고 계신 분들 본인에게 최선의,최고의 선택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