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전 성형외과에서 코끝 ( 비중격 지지대, 귀연골 두겹 ) 성형을 받았습니다.
안면 비대칭이 있던 사람이 코를 세울경우 더 휘어보일 수 있다는걸 가볍게 받아들인 경솔함이 하나,
비중격 만곡증이 있는지 몰랐던 무지함이 둘, 자세한 상담보다는 들려주는 얘기를 전적으로 믿은 어리석음이 셋,
마녀처럼 길어진 코는 완전히 휘어지고 콧구멍은 짝짝이에 숨길은 막혀 호흡이 곤란하고 지지대의 심각한 이물감으로 인하여
제거를 요청하였으나 6개월이 지나야 제거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성형을 결정할때는 강철같던 멘탈이 원래는 유리였던건지 한달도 안되서 공황장애가 생겼고 발작증상이 호흡곤란이라
하루에도 몇번씩 119를 불러야할만큼 위험한 상황이 생기고 신경안정제를 달고 지옥같은 6개월을 버텼습니다..
이때는 수술의 결과보다도 섣부르게 결정하고 행동했던 제 자신에 대한 원망이 절 더욱 무너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외형적인 부분만을 생각하고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성형외과에 신뢰를 잃어 코성형이 가능한 이비인후과로 가서
제거문의를 드렸으나 지지대를 제거하면 무조건 코는 무너진다, 그러니 비중격 지지대를 최대한 낮춰주겠다 하여 자포자기
상태로 첫수술한지 6개월 째에 재수술 ( 비중격 지지대 낮추기 + 절골 + 귀연골 제거 ) 을 받았습니다.
수술중에 필요에 의해서 기증진피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합성보형물이 아니라서 염증 확률은 거의 없고 염증이 생겨도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언질을 받았으며 정말 불가피하다면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수술후 말씀하시는게 콧대에 기증진피를 사용했으며 지지대에 기증 늑연골이 약간 사용됐고 귀연골은 한겹만 제거했다 합니다.
수술전 기증 늑연골에 대한 언질은 전혀 없었지만 이미 들어갔고 기증진피와 똑같이 부작용 확률이 없다하여 받아들였습니다.
달라지지 않은 길이와 높이, 두배로 커지고 뭉툭해진 콧망울, 잘못된 절골로 인한 콧대 양측의 경사와 굴곡의 비대칭,
여전한 콧구멍 짝짝이, 비주 안쪽에 튀어나온 흉살인지 연골인지 모를 혹, 콧대와 코끝 사이 중간부분 함몰,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말할때도 웃을때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비주, 콧대축이 원래 비대칭이란 변명하에 그대로 들어간 진피의 비대칭.
재수술후의 모습은 저를 재기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트렸으며 지금 당장 코를 잘라내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건 기다림 뿐이란걸
너무나 잘 알고있었기에 모든걸 내려놓고 큰 붓기가 빠지는 3개월을 또 다시 버텼습니다..
현실은 올스탑 되었고 인간관계, 가족관계, 사회생활이 없는 하루하루는 인간의 탈만 남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어제도 내일도 없는 오늘만이 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3개월이 지났고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여 재수술후에
달라지지 않은 부분과 악화된 부분을 말씀드리며 전부제거를 요청했으나 제거하면 무너진다, 지금이 예전보다 낫다,
예쁘기만하다, 설령 제거한다해도 득보다 실이 클꺼다,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수 있으니 기다려봐라 하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때는 아무 생각도 감정도 없었습니다. 그냥 알았다 하고 멍하니 나왔던것같습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세상에서 비교당하고 소외당하고 외면당하며 죽지못해 성형하는 사람보다, 특출나게 뛰어나게 예쁘지
않아도 어렸을적부터 귀엽다 예쁘다 소리들으며 화장기술과 사진기술로 가끔 연예인도 되어보고 혜택아닌 혜택을 받으며 살다가
잘 만들어진 사진속의 모습이 아닌 적나라한 거울속의 모습에서 아쉬운 한가지 부분을 찾게되고 그 부분만 고치면 바뀌면
좀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성형을 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저 또한 후자였고 주어진것에 감사할줄 모르고 가진것의
소중함을 몰랐던 너무나 미개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늦었지요..
죽는건 두렵지 않은데 수술전 그 평범했지만 따듯했던 삶을 단 하루만이라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 절실함이 저를 움직였고 세상과 단절됐던 저는 세상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제거수술을 알아보며 발품을 팔거나 많은 후기를
모으진 않았습니다. 오롯이 저의 선택이었지만 그 달콤하고 꿈같은 후기들 또한 지금의 결과에 한 몫 했기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병원에 상담받으러 갔을때 딱 하나 여쭤봤습니다.
원장님께서 " 다 가능하고 전부 다 됩니다 " 하는것과 " 다 불가능하고 전부 다 안됩니다 " 하는것중 어떤게 더 절망인지를.
다 된다고 하여 기대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경우가 더 절망일지 다 안된다고 하여 모든걸 포기해야 하는게 더 절망일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100% 되는것과 안되는것, 경우의 수가 생기는것을 설명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설명을 듣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정답은 없었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는 되어있었습니다.
피부재생을 4주 당겨주고 콜라겐을 형성해 상처나 흉터를 없애주는 홈케어 기기를 꾸준히 사용해서인지 수술한지 3개월
째에도 코가 말랑말랑하여 재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완전제거가 목적이었고 안전하고 깔끔하게 제거하기 위해선 개방이
수월하지만 최대한 비개방으로 해보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알고 수술을 들어갔습니다. 통증이나 수술후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무 욕심도 의욕도 없었고 그냥 허락된다면 살고싶었습니다.
1시간 반정도 걸려 제거수술이 끝났고 통증은 없었으며 거즈위에 제거한 진피와 연골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알고있던 비중격이나 기증늑연골이 아닌 합성보형물인 매드포어가 두겹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정신이 없어
그냥 받아서 가져왔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 딱딱하고 유착되면 제거도 어렵다는 보형물을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 무서운 의료사기를 자행한거지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너무 화가나서 이비인후과에 확인요청 드렸으나
원장님께서는 난 모르는일이다, 매드포어를 넣었다면 첫 수술시에 거기서 넣었을것이다 하셔서 그럼 재수술시에 개방으로
지지대에 있던 비중격도 낮추고 기증늑연골도 넣었는데 손가락 한마디만한 그 큰 매드포어 두겹을 못봤을수가 있냐고 여쭈니
못볼수 있다, 환자가 말안하면 모른다 하시며 수술시에 열어보니 다 무너져있어서 전부 제거하고 기증진피랑 기증늑연골로만
수술을 했다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수술과정을 말씀하십니다. 그러더니 그런데 왜 나한테 와서 제거하지 않았냐고 물으시길래
차마 욕을 할 수는 없어서 제거할 수 없다면서요 하고 말씀드리니 아무 대답도 안하십니다. 앞뒤 말도 안맞고 이해도 안되지만
처음병원인지 두번째병원인지 어디서 의료사기를 자행한건지 심증과 물증은 있으나 증명할 길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알게됐고
제거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냥 이번일은 묻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의사로서 사명감은 눈꼽만큼도 없고 환자를 돈으로만 보고 능력도 기술도 안되면서 병원 홍보만 징그럽게 해대고 아픔을 가진
수많은 환자들을 오늘도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하고 있을 벌레같은 당신, 벌 받을거야 꼭.
오늘이 제거수술 딱 한달째 되는 날입니다.
우선 수술후 3일째에는 쌍꺼풀이 없어질정도로 부었습니다. 두번의 수술때는 그렇게 심하게 부은적이 없었는데 제거시에
조직에 손상이 많이간건지 정말 이거 뭐가 잘못됐나 싶을정도로 부었습니다. 4일째부터 붓기가 빠지기 시작했고 5일째에
실밥과 테이핑을 제거했습니다. 소독은 수술후 실밥제거전까지 이틀단위로 두번 받았습니다. 그동안 통증은 전혀 없었는데
테이핑한 부분이 죽을만큼 간지러워 이쑤시개를 테이프 아래에 넣어서 긁기도 하고 자는동안 저도 모르게 긁다가 테이프
모서리 부분이 떨어지기도 하고 아픈건 없었는데 간지러움 때문에 정말 많이 괴로웠습니다. 제거수술후 이틀동안만 호박죽을
먹었고 냉찜질은 테이핑 제거전까지만 해주었습니다. 세수는 샤워할때 서서하고 나오는 콧물은 면봉으로 닦아냈으며 연고는
하루에 3~5회 꼼꼼히 발라주었습니다. 테이핑 제거후 너무나도 떨리는 마음으로 거울을 봤는데 제거수술전 두번의 수술후
테이핑 제거했을때의 인위적이고 어색한 얼굴은 전혀 아니었고 예~전 어느날 늦은밤에 라면먹고 다음날 오후까지 푹자고
일어났을때 퉁퉁부은 얼굴같았습니다. 예전의 얼굴이 약간이라도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었던건지 너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돌고돌아 드디어 끝이 났다는 안도감이었는지 병원에서 나와 참 많이 울었습니다..
수술후 큰 붓기가 있을때는 몰랐는데 보름정도 지나니 콧망울옆에 찝힌것처럼 길고 깊숙한 선이 양쪽에 심하게 생겼습니다.
원래코도 콧망울에 약한 선이 있던 코였지만 그때와는 다른 완전히 푹 패인 선이 생겨서 혹시나 연골묶기의 영향이라면
유착되기전에 풀어야 할것 같아서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원장님께서 보시고는 사진으로 봤을때는 심각해 보였는데 직접보니
연골묶은 영향은 아닌것 같고 흉살이 뭉쳐서 그런것 같다고 하시며 루케어 한달치를 처방해주셨습니다. 약을 먹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을경우 비개방으로 연골묶은실을 풀고 유착된 부분을 살짝 펴주면 개선되는 부분이니 전혀
걱정말라고 하셨는데 저또한 차후에 방법이 없는것도 아닌데 흉살때문일수도 있는 상황을 괜히 건드려서 악화시키고싶지 않아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루케어의 효과인지 시간이 약인건지 한달이 지난 지금은 아예 선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거후 콧구멍은 완벽한 대칭으로 돌아왔으며 비주 안쪽에 튀어나왔던 흉살인지 연골인지 한 혹은
사라졌습니다. 콧대의 과교정 되어있던 기증진피를 제거하니 밋밋해지긴 했으나 휘어지고 삐뚫어져 보이던 부분이 개선되었고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 비주를 잡고 비틀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흔들어도 보고 밀어도 보고 하면 예전에 지지대가 있을때에는
아예 전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흔들흔들 자연스레 움직이고 귓바퀴처럼 겉은 말랑말랑한 살이고 안은 딱딱하진 않은
뭔가가 뭉쳐있는 느낌이 듭니다. 콧망울은 겉은 볼살처럼 말랑말랑한데 안은 흉살때문에 이마처럼 딱딱한게 안과 밖이
이질감이 드는 좀 많이 이상한 느낌입니다. 돼지코를 하면 올라는 가는데 예전 본래의 코처럼 완벽한 찌부는 안되고 올라가다가
흉살에 막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지지대 있을때랑은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 흉살이 꽉차있는 지금이지만 이정도만 되도
이물감 없이 살수있겠다 싶습니다. 예전수술시 개방을 두번했는데 비주에 개방흉은 홈케어 관리덕분인지 아예 흔적도 없으며
코 안을 거울로 비춰보면 비개방 절개 흉또한 없고 절개부위로 흉살이 울퉁불퉁 나와 표면이 매끈하진 않지만 숨길을 막거나
콧구멍이 좁아지지 않아서 숨쉬는데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의 코도 콧구멍이 보이지 않는 코였는데 제거수술후에도
완전히 똑같이 콧구멍이 보이지 않아서 다른 분들과는 달리 저는 들려 올라가는게 걱정이 아니라 쳐지는게 걱정이라 돼지코를
하듯 밀어 올려주는 맛사지를 하고있습니다. 온찜질은 단 한번도 한적이 없고 매일매일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살지만 춥다고
더 쪼이고 뭉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아침엔 코봉이처럼 주먹만하게 땡땡하게 부었다가 3~5시간 정도 지나면 믿기지 않을만큼
작고 홀쭉하게 줄어들고 다시 저녁에 졸리기 시작하면 땡땡해지면서 붓기 시작하는 아이러니한 증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건 세번의 수술동안 전부 같은 증상이었고 콧등이 찌릿찌릿 하며 간지러울때가 종종 있는데 경험에 비추어보면 꼭 이맘때쯤
그랬던것 같습니다. 수술시에 잘렸던 신경들이 이어지고 살아나면서 그런다고 합니다. 이 증상도 두달정도 갔던것 같습니다.
아직 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와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렇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오늘이
저에겐 천국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루입니다. 만약 코성형후에 원하는 코를 갖었더라면 전 또 다른 부위에 욕심을 냈을
것입니다. 되돌릴 수 있을때에 멈출 수 있을때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에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PS.. 다른 사람들의 후기는 아~ 이렇게도 되는구나 이럴수도 있구나 하며 참고만 하시길 바래요. 정답은 없습니다.
제가 병원명을 언급하지않는 이유는 저의 후기가 안그래도 아픈 분들께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첫 수술 병원과 두번째 수술병원 모두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한 병원입니다. 후기는 말할것도
없고요.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도 저 같은 경우가 생겼잖아요.. 그러니 같은 병원에서 같은 원장님께
같은 수술을 같은 방법으로 받는다고 절대 같은 경과와 같은 결과가 나올수는 없어요. case by case 는 진리에요.
수술해주시는 원장님들이 그 사실을 망각하셔도 환자 스스로는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도 원망과 후회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계실 많은 분들이 어둠속에 스스로를 가두고만 있지 마시고 한 발 걸어나와
길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들어할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고 미안해서 더욱 자신을 괴롭히고 계시다면
나와보시면 아실거에요. 보이지 않던 가족들의 얼굴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곳엔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제가 스스로 걸어나올때까지 언제나 같은 곳에서 조용히 기다려주고 계셨다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