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코 하나 건드린 것부터 시작해서 성예사의 역사가 저한테 아로새겨진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재건수술 했고, 이 수술 마지막으로 지긋지긋한 코수술 졸업하고 다시 여기 올 일 없길바랄 뿐입니다.
처음 여기 왔을때부터 저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번 재건수술 할 때도 결국 성예사에서 얻은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글 남겨요.
잠깐 짬내어 정신없이 쓰는 글이라 두서없지만 이해해주세요.
1. 수술 횟수 6번
썼던 재료- 기증늑 비중격 진피 알로덤 고어텍스 메드포어 실리콘
코끝 유착, 함몰, 천공, 메드포어 피부찢고 나옴, 제거후 수축현상 다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당시 잠깐 심각했고 회복력이 좋았는지 금방금방 괜찮아졌음.. (코가 괜찮았던건지 마음이 괜찮았던건지 모르겟다)
구축은 없었으나 잦은 수술로 짧아질 만큼 짧아짐
온갖 재료 다 쓴 것 치고 외관상 크게 문제있어보이진 않았는데, 이번에 수술하면서 열어보니 코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함
어쨌거나 코 안에 보형물 다 빼고 흉살 제거하고 자가늑으로 최소한으로 재건해서 속은 편함
2. 재건을 알아보면서 피하셨음 하는 것
알로덤- 재건으로 알로덤+기증늑연골 썼다가 코가 밑도끝도 없이 짧아짐, 재건/제거때 알로덤 덧대주는 병원 있다던데 시간 아주 많이 지나서 코 짧아졌다는 글 본 적 있음
기증늑- 코가 아주 우스워졌음..지지대를 세웠는데 단단한 것 치고 힘이 없어서 계속 위로 딸려올라감. 비주부분이 쏙 들어감. 정말 하루가 다르게 코가 짧아졌음
진피- 하.. 자가조직이라 무해하다고 생각했던 진피가 결국 내 코 망치는 일등공신이 됐음. 결과적으로 남는 거 거의 없고 코가 무너진 모래성같아짐. 근데 그냥 높이만 낮아지고 옆으로만 뚱뚱해지면 괜찮은데, 문제는 부피가 빠지면서 "길이도 짧아짐".... 내 코가 언제까지 짧아질지 모른다는 공포때문에 너무 힘들었음
3. 재건/제거를 알아보면서..
일단 본인의 코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맞춰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야 하는게 다음으로 중요한 것 같다.
포기할 것을 포기 못하면 계속 망가짐. 수술하면 그때는 잠깐 예뻐보이지만 코는 열면 열 수록 손해.
지금 당장 제거했고 보기 너무 흉하지 않으면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함
실리콘만 빼서 해결될 문제라면 실리콘만 빼는 것이 가장 좋고
조작이 필요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현명함
재건도 마찬가지
4. 코와 씨름하면서..
다른 것 다 견디겠는데 얼굴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공포는 너무 제어하기 힘들었음.
그래도 버티면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인생을 놓지않아버렸다는 것임
10년동안 고생하는 과정에서도 스펙쌓고 대학 졸업하고 원하는 곳 취직하고 결혼하고 할 것 다 했음
얼굴 망가져서 내 인생 포기하면 지는 것 같아서, 코가 제일 이상할 때도 출근했고 연애도 했음
때때로 코가 너무 이상했고 사람들도 물론 그걸 알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예쁘고 밝고 유능한 사람이었고,
사랑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 지킬 수 있었음
내 코가 조금 못나져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는 남편이 있고,
결혼하기 전에도 이 사람이 내가 코가 못생겨졌다고 날 더이상 예쁘게 보지 않는다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음
너무 어릴 때 코수술 망해서 정말 죽고싶었다.
어린 분들 글도 많이 보이는데 코수술로 절대절대 내 생활 놓지않았으면 좋겠다.
기술은 발전하고, 적당히 욕심을 내려놓으면 코는 회복될 수 있다.
재건했고 지금은 마음에 들지만 설사 조금 변한다고 하더라도 만족하며 살것이다.
망가진 코는 회복가능하지만 내 인생을 놓아버리면 그 시간은 절대 돌리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