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4년전에 코 실리콘 + 귀연골과 무턱 실리콘으로 수술을 했고
수술 이 후 턱쪽 이물감이 쭉 있었지만 어찌저찌 참고 지내다가 최근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었고
때마침 동시에 어떻게하면 더 건강하게 나답게 늙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던중이라 이 기회에 코와 턱 보형물을 모두 제거하기로 했어.
원래 내가 수술했던 곳 + 제거 3대장 중 두군대에 상담을 받아보고 결정하려 했는데
내가 처음 수술 했던곳에 제일 먼저 상담갔다가 거기서 제거 수술하기로 결정했고 나머지 상담은 취소했어.
이렇게 선택한 이유는 그냥 내 촉에 여기서해도 괜찮겠다여서가 제일 컸고 가격적인 면에서도 좋아서야.
상담 내용을 간단히 추려보자면
나는 일자 실리콘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L자 실리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구. 몇 mm였는지는 정확히 모른데.
다행이 내 코는 아무런 염증이나 구축이 없어보여서 (고마워 몸아ㅠㅠ) 비개방으로 제거 할 수 있을것 같다고 했고
코 연골은 이미 생착되었을 가능성이 크기때문에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될것같다고 했어. 피막도 마찬가지고. (ㄱㅇㅅ 유툽에서 피막제거해야 한다는 거 여러번 보고 꼭 제거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했다가 혼남ㅋ 문제없는 코에 굳이 피막제거한다고 들쑤셨다가 오히려 염증 생길 수 있다며)
여튼 만약 L자 실리콘을 사용한거라면 어쩔 수 없이 원래 코처럼 코 끝은 약간 주저 앉을거라고 하셨어.
턱도 꽤나 큰 보형물을 넣었어서 침식이 됬을 수도 있다고 하네. 근데 모든건 열여봐야 아는거라 확답할 수 없다고 하셨어.
그리고 수술기록에 내 20대때 얼굴이 사진으로 남겨져있는데 나는 미묘한 변화들만 줘서 현재 얼굴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남들도 크게는 몰랐음) 막상 사진을 보니 많이 다르긴 하더라ㅋㅋㅋ 그때의 나는 코에 비대칭도 있고 턱도 빈약해서 지금의 성형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진 이미지보단 약간 시골소녀같은 느낌이랄까... 여튼 그 사진보고 사실 충격을 좀 먹긴했어ㅋㅋ 아 이 얼굴로 돌아가겠구나 하며... 쩝스
상담 이후로 자발적으로 외모 다운그레이드(?) 할 생각에 솔직히 많이 심난하고 이미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어 (사실 지금도 오락가락해)
나는 어렸을때부터 너는 몸매는 좋은데 얼굴이 좀.. 아쉽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성형수술도 친할아버지가 권유하셨음ㅋ
(웃긴건 시대가 변하고 유행이 변해 내 몸도 예쁜 취급을 받았던거지 더 어렸을때는 뛸때 가슴이 음란하네 (실제로 친척어른에게 들은 이야기임) 오리궁댕이네 메기입술네 하며 놀림을 많이 받았었어.) 여튼 그때는 잘 몰랐는데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에게 많이 상처가 됬고 그로인해 내가 그런 못된 말들이 가득낀 더러운 렌즈로 나 자신을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었던것 같아.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보니 몇년전부터는 적극적으로 상담도 받고 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치유되고 건강해졌다고 생각했거던 막상 수술 제거를 확정하고 나니 아직 많이 두렵구나 느꼈던것 같아.
근데 웃픈건 내가 지금 느끼는 두려움의 99% 나 자신을 위한거라기 보단 "남들이 이런 나를 보고 또 나쁜말을 하면 어쩌지? 다시 촌스러운 얼굴이 됬다고 나를 무시하면 어쩌지?" 다른말로 하면 "남들이 나를 예뻐해주고 소중히 대해주면 좋겠다.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는 위치에 있으면 좋겠다. 사랑받고 싶다" 라는 욕구가 성형이라는 걸로 발현이 된것 같더라고. <예쁜 외모 = 사랑받고 존중받을 자격> 처럼 일종의 방어기제로
그래서 내가 정한 솔루션(?)은... 그때 상담가서 찍어온 나의 옛날 얼굴을 매일보며 예뻐해주는거야. 처음에야 오래간만이니 어색하고 이상했는데 계속보다보니 "이 친구 나쁘지 않네. 귀여운데?" 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씩 들더라고ㅋㅋ 그리고 나의 아기때 사진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리마인드 해주고 있어. "이 아가가 커서 너가 된거야. 만약 얘가 너의 딸이였다면 얘가 어떻게 자랐건 너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겠어?" 라고. 또 왜 그런말도 있잖아,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가 보라색인걸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데 누가와서 초록색이라고 하면 "개소리하지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것 처럼
나 자신이 먼저 나를 조건없이 사랑과 존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라고 믿는게 제일 중요한것 같아.
그리고 되돌아보면 지금의 얼굴도 솔직히 불만을 갖자면 끝도없이 갖고 또 고칠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갖고 있는 얼굴을 사랑하게 된건
최근까지도 나에게 잘 어울리는 메이컵, 스타일들을 츄라이하면서 내 자신이 만족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방법을 배우면서인것 같아 (20대 초반에 비해 내면도 깊어지고 꽉채우는 중이라서 더 그렇겠지? :3 ).
그래서 아마도 실리콘이 없는 조금 밋밋해지고 촌스러운 내 얼굴도 천천히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중이야.
쓰다보니 TMI같고 글도 길어졌는데 읽어줘서 고맙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면 좋겠다.
아 그리고 자기 만족을 위해 성형 수술하는건 반대하지 않지만
무턱 보형물은 비추야 ^_^
제거 수술 고려하고 있는 모든 예사들아, 네 외모에 상관없이 너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사랑받아 마땅해 (남녀 모두)!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염증을 일으키는 실리콘처럼 인정사정없이 인생에서 제거해버리자.
그럼 수술 후에 또 업뎃해보도록 할게!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