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환자에게 폐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함께 공개된 코로나19 폐 조직 사진에선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 환자, 국내 첫 폐이식 성공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 팀은 국내 최초로 지난 6월 20일 코로나19 위중 환자에게 폐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세계에서 코로나 19 관련 폐이식으로는 9번째 사례로 폐이식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6명)과 미국(1명), 오스트리아(1명)에 불과합니다. 의료진은 코로나19의 특성상 병의 진행속도가 빨라 폐를 기증받을 때까지 오랫동안 환자가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폐이식 성공사례는 드물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폐, 돌덩이처럼 딱딱해"
이번 국내 첫 폐이식 수술은 9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잘라낸 코로나19 폐 조직 사진을 보면 염증과 출혈, 폐섬유화가 90% 이상 차지합니다. 정상적인 폐조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폐의 중심기관과 혈관 주변으로 염증이 심해 치즈처럼 녹아내린 흔적도 관찰됩니다. 이처럼 한번 딱딱해진 폐는 정상조직으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폐이식을 집도했던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정상적인 폐는 만지면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촉감이 있는데 코로나19 환자의 폐는 거의 돌덩어리와 비슷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결국, 폐가 굳기 때문에 숨을 쉴 수 없고 심장이나 간, 콩팥 등 다른 장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치명적입니다. 의료진은 스트로이드 등 기존 치료제를 써봤지만 폐섬유화의 진행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에크모'로 세계 최장 112일 연명 끝에 폐이식
폐이식을 받은 환자는 50세 여성으로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발열만 있는 경증환자였기때문에 본인이 폐이식을 받을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입원 일주일 만에 폐렴이 급격히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인공호흡기로도 부족해 에크모라 불리는 인공심폐기도 연결했습니다. 폐섬화유 진행속도가 빨라 폐 이식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폐이식받기 직전까지 에크모로 112일을 연명하며 버텼습니다. 코로나19 치료만 보면 세계 최장입니다. 중국에서 폐이식을 받은 코로나19 환자의 에크모 기간도 70여 일에 불과합니다. 에크모는 영구적인 기계가 아닙니다. 한 달 정도 사용하면 생사가 대부분 결정됩니다. 혈액을 바깥으로 빼내 다시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감염과 출혈, 혈전이 잘 발생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장비가 멈추는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에크모의 성패는 여러 전문 과목의 숙련된 의료진의 팀워크와 세심한 돌봄이 관건입니다. 에크모를 백십여 일 유지했다는 건 환자의 노력과 의료진의 헌신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폐이식 후 환자 상태 안정적, 자발호흡 가능
2일 현재 환자는 폐이식 수술 후 열흘이 넘은 시점입니다. 의료진은 환자가 급성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이젠 스스로 숨 쉬며 말하고 식사도 가능합니다. 호흡 재활과 근육운동을 통해 예전의 건강했던 모습을 되찾아 가는 중입니다.
코로나19 위중 환자, 폐이식 적응증은?
중환자실 치료를 맡은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폐이식이 코로나19 위중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서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65세 미만으로 비교적 젊고 폐 이외 다른 중요 장기들의 기능이 정상인 환자라야 폐이식 결과가 좋다가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50세면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도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폐이식까지 갔다는 건 코로나19의 무서운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이 불문하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