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는 올바르지 않은 식사 습관을 보이고, 체중이나 체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식욕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되는데 섭식중추가 자극되면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포만중추가 자극되면 ‘이제 배가 불러’라는 신호가 생겨 식사를 멈추게 됩니다. 폭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대식증(bulimia nervosa)은 포만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고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과다 분출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뇌의 궁상핵 부위가 반복적으로 자극되면 우리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단순한 과식, 폭식의 행위가 아니라 ‘음식중독’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또한 먹는 양뿐 아니라 폭식과 단식을 번갈아 하거나, 하루에 딱 한 번만 식사를 하는데 폭식을 하는 등 먹는 습관과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불규칙한 식사, 폭식과 단식을 섞어서 하는 사람들에게 뇌세포의 손상이나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나타나고 음식중독의 증세가 더 자주 관찰됩니다.
폭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식을 먹으면 뇌의 보상기전이 활성화되어 쾌감을 주게 되고 이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생기고, 이것이 반복해서 조건화 학습이 되면 ‘아 오늘은 기분이 나쁘니까 먹고 풀어야겠다’라는 패턴이 공식처럼 자리를 잡는 것이지요. 특히 우리는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 혹은 적절하게 짠 음식에 대해 쾌감의 민감도가 높아서, 이런 음식들을 정해놓고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중독 자가진단법
1) 원래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
2) 배가 부른 데도 음식을 계속해서 먹는다.
3) 과식으로 인해 축 처져있거나 피로한 적이 많다.
4) 폭식으로 대인관계나 회사 업무 등에 지장이 생겼던 적이 많다.
5) 음식을 안 먹고 참았을 때 금단증상(불안, 짜증, 우울감, 두통)이 나타난다.
6) 우울하거나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또 찾게 되고 과다하게 집착한다.
이 6가지 중 3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음식중독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음식중독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면 가까운 병원에 들러 섭식장애와 식이 문제에 대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그럼 폭식에 대해서는 어떤 치료방법이 있을까요?
1) 약물치료
식이조절, 비만약으로 무수히 많은 약품이 나왔습니다. 그중엔 향정신성의약품이 많은데 이들은 효과가 무척 강하고 빠른 대신 부작용도 심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펜터민 계통의 마약류는 장기적으로 과도한 양을 복용할 경우 심각한 우울감이나 자살 사고가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환청이나 환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펜터민 역시 전문의의 처방 하에 규칙적으로 정량만을 복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살을 빼려는 욕망과 음식에 대한 탐닉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한번 이 약을 먹게 되면 안전용량 이상을 남용하게 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비교적 안전하게 식이조절을 할 수 있는 약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웰부트린(wellbutrin) : 성분명은 bupropion으로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재흡수함으로써 항우울 효과를 보입니다. 이 약은 음식 중독에 대한 심리적 의존과 갈망감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다른 비만약들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적고 안전한 약입니다. 단독으로 썼을 때 실제로 살이 빠지는 효과는 강하지 않지만,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짜증, 강박증상을 낮춰주는데 효과를 보입니다.
B. 콘트라브(Contrave) : 웰부트린과 날트렉손을 합친 합성약입니다. 날트렉손은 오피오이드 차단제인데 이 약품은 원래 항갈망제로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치료제로 쓰이던 약입니다. 즉, 술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차단하기 위한 약인데 갈망감과 욕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술에 대한 중독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중독에도 종종 효과를 보입니다(도박중독, 섹스중독, 약물중독). 날트렉손만 단독으로 썼을 때는 메스꺼움과 소화불량, 기분이 우울해지는 부작용이 관찰되었는데, 웰부트린과 동시에 복용했을 때는 이러한 단점들이 사라지고 체중과 식이조절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 현재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C.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 도파민과 쾌감, 보상기전이 뜨겁게 자극받았을 때 이를 안정시켜줄 역할이 필요한데 그것이 세로토닌입니다. 세로토닌은 우리의 뇌를 진정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킴으로써 중독의 위험을 낮춰줍니다. 세로토닌이 높아지면 폭식의 빈도를 줄일 수 있고 우울이나 무기력감,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집착도 줄어듭니다. 비만치료에 효과적인 세로토닌계 항우울제로는 프로작을 많이 사용합니다.
D. 토파막스(topamax) : 원래는 간질이나 발작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또한 조울증 같은 양극성 장애에서 기분을 억제하고 충동을 안정시킬 때 쓰기도 하지요. 이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간질치료제나 충동억제제로 이 약을 쓸 땐 매우 고용량을 사용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약은 욕구와 과도한 충동을 조절하고 안정시키는 약입니다. 따라서 식욕을 조절하는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100mg 이하의 저용량을 사용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비만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2) 식사일기 쓰기
내가 무엇을 언제, 얼마나, 왜 먹었는지를 6하 원칙에 따라 작성해보세요. (실제 종이나 다이어리에 쓰는 것보다는 앱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폭식은 무척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행위입니다. 실제 배고픔이 아닌 거짓 배고픔, 감정적 공허감으로 생긴 충동적인 행위이기에, 그 순간에는 내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식사일기의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폭식 정도와 특징을 정리해보고 그때의 감정을 복기함으로써 인지적으로 자기 객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3) 폭식 외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보자.
폭식은 그 자체보다,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나 강박증상이 동반되었을 경우 더욱 심각해집니다. 또한 불면증이나 생리전증후군(PMS) 때문에 폭식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폭식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한 증상일 뿐이기에 폭식이 아닌 원인질환을 해결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식에만 집중하기보다 나 자신의 정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 우울감이 심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폭식은 공허하고 상처 받은 무의식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너 지금 괜찮지 않다고, 상처 받고 지쳤다고. 내 몸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외롭고 간절한 외침이지요. 부디 이 시그널을 무시하지 마시고, 건강한 자아와 자존감을 되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http://m.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9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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