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독감은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 계열 제제 처방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약의 부작용으로 투신한 사례 관련 판결 내용이 보도되면서 안전성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생겼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45주차(11월 5~11일)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2.1명이었다. 40주차(10월 1~7일)까지만 해도 14.6명이었는데 한 달 간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근 5년 같은 기간(2018년 7.8명, 2019년 7명, 2020년 3.1명, 2021년 3.3명, 2022년 11.2명)과 비교해 봐도 올해는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독감은 고열,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일반 감기보다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타미플루’라는 상품명으로 더 익숙한 오셀타미비르(먹는약), 자나미비르(흡입제), 페라미비르(주사제) 등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필요하다. 해당 약들은 증상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나 종종 부작용이 보고된다. 구토, 불면증, 두통이 대표적이며 소아청소년은 드물게 환각 같은 신경정신계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달 독감 치료를 위해 타미플루 계열 제제를 투여받고 추락상을 입은 환자에게 병원 측이 5억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내용이 보도됐다. 해당 사례는 지난 2018년 12월에 발생했는데 당시 독감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17세 A군은 페라미플루를 맞고, 다음날 오후 7층 창문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결과, A군은 척추 손상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그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위 사례와 같이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뒤 신경정신계 증상으로 추락한 사례는 드물지만 전 세계적에서 보고돼왔다. 다만 그 원인이 약인지 독감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학계는 독감 바이러스가 유발한 뇌증이 원인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감염 초기 동반된 고열이 뇌염·뇌수막염을 유발하고 이게 뇌증으로 이어져 공격성, 우울, 의식 저하, 환청, 환각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 독감 환자의 보호자는 치료제 투여와 관계없이 적어도 2일간 환자를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창문과 베란다, 현관문 등을 꼭 잠그고, 이상행동이 나타나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한편, 부작용을 우려해 독감에 걸려도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 건 득보다 실이 큰 행위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들은 바이러스 자체만으로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자살 시도와 관련된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이나 자살 시도와 관련된 부작용은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군에서는 10만 명당 4명 수준이었지만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않은 군은 10만 명당 7명 수준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