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3건의 의약품 혼입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원제약의 향남공장에서 생산한 동국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탄젯'에서 다른 성분의 위장약 제품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나섰다. 신고된 제품에는 15알씩 2개 포장이 들어가는데 그중 1개가 위장약이었다.
이에 대해 대원제약은 당일 해당 제품을 생산한 제조라인을 전수 조사하고 있으며, 동국제약은 해당 제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제약 측은 현재 혼입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혼입사고는 대원제약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현대약품은 지난 6월 치매치료제인 '타미린서방정' 용기에 고혈압 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라벨을 부착해 유통한 바가 있다. 명문제약은 '명문아스피린장용정 용기에 셀트리온제약의 '아스텍션장용정'이 담긴 사실이 적발돼 식약처가 회수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서 혼입사고가 발생하는 등 제약업계에서는 혼입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공정이 기계로 이뤄지다 보니 한두 알이 섞이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 내용물 전체가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원제약의 경우 약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는 소화제였고, 명문제약은 같은 종류의 약이어서 환자의 피해가 미미하지만 현대약품은 경우가 다르다.
현대약품의 치매약과 고혈압약의 경우 모두 백색의 원형 정제로 동일하다. 필름코팅 유무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복용하는 환자의 특성상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잘못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의약품을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뿐만 아니라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제약사들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검수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백신이나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제제가 유통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이와 같은 방식의 검수를 거쳐야 한다는 것.
혼입사고는 올해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과거 하나제약과 삼일제약, 휴온스와 같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화이자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혼입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앞선 연도에는 한 해에 한두 건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3건이나 발생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이유를 위탁생산에서 생긴 결과라고 지적한다. 국내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원료를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하고 인건비 문제로 위탁생산(CMO)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공장에서 다수의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는 것.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혼입 사례는 국민 건강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부 검수보다는 자체 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