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택트(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것)가 새로운 일상이 되면서 눈의 피로를 덜기 위해 눈 마사지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실제로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2021년,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가 1월 1일부터 2월 18일까지 눈 마사지기 매출액을 조사했더니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2%나 증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센스있는 선물로 자리매김해 각종 브랜드에서 2만 원대에서 40만 원대까지 다각화돼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친구, 부모님 등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전 잠시 고민해보자. 눈은 굉장히 예민한 기관이다. 그런 눈을 마사지하는 눈 마사지기, 정말 눈 건강에 좋을까?
눈에 가하는 압력, 위험해
전문가들은 입모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눈 마사지기는 크게 세 가지 기능, ▲온열 ▲공기압 ▲진동으로 눈과 눈 주위를 마사지한다. 온열 기능으로 눈을 따뜻하게 하고, 공기압으로 안구 위와 눈 주위 근육을 국소적으로 누른다. 누르는 정확한 위치는 기기마다 달라질 수 있다. 동시에 진동 기능으로 눈 마사지기를 착용하는 눈과 눈 주변 부위에 걸쳐 동시 자극이 넓게 가해진다. 선택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음악 재생 기능이 탑재되기도 한다. 문제는 공기압, 진동 기능이다. 눈에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배형원 교수는 "안구 위는 물론 눈 주변도 마찬가지로 외부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건 눈 건강에 안 좋다"며 "눈을 눌러 압력이 가해지면 눈 자체에선 외상인 건데, 작은 압력이라도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게 눈에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안과학회에서는 눈을 비비는 행위를 포함해 눈에 절대 압력을 가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김우진 교수는 "눈을 살짝이라도 비빌 때 MRI 촬영을 해 확인했더니, 눈 망막 뒤쪽 시신경도 굉장히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연구가 있다"며 "눈을 비비거나 누르는 행위는 굉장히 위험하며 특히 녹내장 환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했다. 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천장을 바라본 후 눈 마사지기를 착용해 중력으로 눈과 눈 주위가 눈 마사지기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게 되는데, 눈 마사지기 자체에 배터리, 공기압 펌프, 진동체 등 각종 부품이 들어가 상당한 무게가 나가곤 하기 때문이다. 센트럴서울안과 황종욱 원장은 "눈을 누르면 눈 뒤쪽 망막에도 영향을 미쳐, 망막박리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다양한 기업에서 각종 제품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눈 마사지기는 십중팔구 인증된 의료기기는 아니다. 공개하고 있는 증명서는 KC에서 인증하는 전자파 안전 확인 신고 증명서뿐일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업체 3곳에 문의를 했지만, 한 곳에서는 답변이 오지 않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건강 보조용 제품이다"며 "긴장된 근육과 피로를 덜어주는 부분 등은 사용자에 따라 상이할 수 있어 눈 건강과 관련한 근거 자료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업체는 의료기기 인증서와 인체 실험 결과 논문을 보내왔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통해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안전하다. 눈 건강을 해칠 정도로 압력을 가하지 않고, 마이봄샘이 있는 눈꺼풀만 짜줘 안구 건조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열 기능, 안구건조증 완화효과 있어
눈 마사지기에 탑재된 온열 기능은 실제로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눈꺼풀 안쪽에는 마이봄샘이라는 피지선이 있다. 눈에 지방 성분을 분비·코팅해 눈물이 과도하게 증발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노화, 결막 염증 등 다양한 이유로 마이봄샘 속 지질이 굳어 통로가 막히면 안구건조증 등 각종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김우진 교수는 "마이봄샘이 좁아지면서 분비물이 쌓이면 염증이 유발돼 다래끼, 결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방 성분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안구 건조증이 심해진다"며 "온찜질을 하면 마이봄샘 속 응고된 지질을 녹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찜질이 녹내장, 백내장 예방과는 크게 관계없다"고 했다. 온찜질은 굳이 눈 마사지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수건 등을 따뜻한 물에 적셔 눈에 10분간 올려두면 된다. 배형원 교수는 "단순 온찜질은 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실제로 마이봄샘 기능 장애 환자에게도 권하는 방법이다"면서도 "너무 뜨거운 건 당연히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온열 마사지는 약 42~45도면 적당하다.
눈 불편하고 뻑뻑해도 비비지 말아야
그럼 눈이 가렵거나 아플 땐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비비지 말고 눈을 감은 채 눈물이 나오거나 증상이 완화되길 기다려야 한다. 인공눈물을 넣어 불쾌감을 해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센트럴서울안과 김균형 원장은 "수돗물 등으로 눈속을 씻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수돗물이 소독됐더라도 가시아메바 등 각종 미생물이 들어있을 수 있어 눈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눈물과 수돗물은 농도와 산성도가 달라, 맞춰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이 생길 위험도 있다. 눈이 뻑뻑할 때는 마찬가지로 인공눈물을 이용하고, 평소 온찜질을 해 안구건조증을 완화해야 한다.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두통은 물론 각막에 상처를 유발해 시력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46/0000061118?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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