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적 ‘가짜 배고픔’
스트레스 등 받으면 호르몬 오작동
공복 아닌데도 배고프다고 느껴
먹방 등 식욕 자극 요소 줄여야
날씨가 따뜻해지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계획한다. 하지만 다이어트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보단 실패가 많고, 단기적 성공이 장기적 실패와 악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인 계획에 머문다. 다이어트는 열량 싸움이다. 결국 체내에 공급하는 열량을 줄이거나(식이요법) 소비 열량을 늘리는(운동) 노력이다. 이 중에서는 단연 공급 열량, 즉 먹는 열량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걸림돌은 배고픔과 배부름, 섭취와 중단 시스템의 오작동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인풋(Input)을 줄여야 아웃풋(Output)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그만큼 작아진다. 그렇다고 굶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대부분 굶기부터 하다가 다이어트를 망친다. 보통 다이어트에 접어들면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일단 체중이 줄지만 기초대사량까지 감소한다. 열량 소비가 줄어 다시 식욕이 증가하고 체중이 원상복귀한다. 오히려 이전보다 체중이 느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이어트 성공에서 고정불변의 원칙은 ‘단계적’이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은 배고플 때 먹어야 한다. 이 말은 배고프지 않을 때도 먹는다는 의미다. 일명 ‘가짜 배고픔’ ‘가짜 식욕’이다. 이로 인해 섭취하는 양이 생각보다 많다.
인체가 열량을 필요로 하는 배고픈 상태와 음식 섭취 욕구는 일치하지 않는다. 배고픔에 허수가 많다는 얘기다.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충분히 영양을 섭취한 상태에서도 배고프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복감 때문이 아니라 그냥 먹고 싶은 욕구”라며 “이런 가짜 배고픔은 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거나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의 오작동으로 인한 일종의 착각”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수면 부족-음식 중독으로 유발
실제로 공복 시에는 식욕 유발 호르몬인 그렐린이 분비되면서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섭취하고 어느 정도 섭취하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돼 포만감을 느껴 섭취를 중단하게 된다. 배고픔과 배부름의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근데 가짜 배고픔에는 다른 기전이 작동한다.
첫째는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인 상황이다. 이때 몸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당을 올리려고 하게 되고 뇌에 탄수화물 섭취 신호를 보내 식욕을 돋운다. 둘째는 음식의 냄새, 먹는 장면, 소리 등의 감각 자극이다. 이런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침이 나오고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떨어져 이때 역시 혈당을 올리기 위한 가짜 배고픔 신호가 전달된다. 셋째는 보상 기전이다. 음식 섭취가 일종의 쾌감으로 기억돼 중독으로 남는 것이다.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뇌 안에서 도파민·세로토닌 등이 분비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고 뇌는 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강화하는 회로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중독이 생기는 원리”라고 말했다. ‘음식 중독’은 이렇게 생긴다. 우울한 기분이나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풀어 버릇하면 보상 기전으로 굳어지면서 중독되는 것이다. 따라서 디저트나 야식의 대부분은 가짜 배고픔으로 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민석 교수는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이 증가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며 “흔히 ‘디저트(가 들어갈) 배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이는 핑계이자 잘못된 생각이고 단지 보상회로가 활성화해 배가 부른데도 먹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짜 배고픔, 인식하고 참아보기
가짜 배고픔을 걸러내려면 우선 상황을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스트레스가 있거나 수면이 부족한 상태인지 살핀다. 이런 경우엔 가짜 배고픔일 가능성이 크다.
배고픔을 느낀 시간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뭘 먹든 포만감은 최소한 3~4시간 유지된다. 이 시간이 지나기 전에 생긴 배고픔이라면 속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배고픔이 생겼을 때 우선 조금 참아 본다. 가짜 배고픔은 잠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15~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가짜 배고픔이라 판명되면 우선 먹기보다는 다른 것을 해본다. 산책이나 대화, 운동, 음악 감상 등 평소에 자신이 즐기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잠시 쉬거나 눈을 붙여보는 것도 좋다. 차나 물을 한잔 마셔보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에 대한 보상이 음식 섭취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대체재를 찾는 것이다.
꼭 먹어야 한다면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일수록 좋다. 채소나 견과류 같은, 칼로리는 낮으면서 포만감을 줄 수 있는 음식이 해당한다.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는 것도 도움된다. 가짜 배고픔은 실제로 칼로리가 모자라 생긴 게 아니라 입이 심심해 씹고 싶은 욕구다. 따라서 뭔가 입에 들어가면 이로 인한 가짜 식욕도 조절된다. 그리고 단순당 섭취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빵,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초콜릿, 과일주스 등이 해당한다. 바로 체내에 흡수돼 혈당을 빨리 높이는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식이나 야식부터 끊되, 바로 끊기보다 주당 섭취 횟수를 3회, 2회, 1회로 서서히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몸이 ‘공복감이 없고 괜찮다’고 느끼면서 적응한다. 또 그래야 장기적으로 지킬 수 있다.
가짜 배고픔 극복하기
15~30분 정도 참아본다
‘먹방’ 등 식욕 자극하는 요소를 줄인다
배고픔 느끼는 상황을 파악한
우선 산책·대화·음악 감상 등을 한다
배고픔을 느낄 때 껌이나 사탕으로 풀어본다
계속 식욕이 당기면 양치질을 해본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275785?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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