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암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된 물질이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립암센터가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5%만 '술이 담배와 동일한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담배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88.5%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술과 담배가 똑같이 해롭다는 응답도 37.4%에 그쳤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람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환경 중 발암 가능성이 확인된 물질에 대해 근거가 명백한 순서대로 1군·2A군·2B군·3군·4군 등 5개 군으로 분류한다. 술은 IARC가 암 발생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인한 물질이다. 술을 먹으면 우리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독성 화합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한다. 해독하려면 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필요한데 유전적으로 부족한 경우 간암, 구강암, 식도암, 인두암, 대장암 유방암 등의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인의 20∼25%가 유전적으로 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응답자의 46.9%는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두 잔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18.0%나 됐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음주자의 비중이 높았는데 빈도는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일수록 1회 음주 시 10잔 이상 폭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계에서는 미디어 등 대중매체를 통해 술 광고나 음주 장면에 노출 될 경우 청소년의 음주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고 음주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류 광고를 비롯한 음주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술에 대한 TV·라디오 광고를 전면 금지했고 노르웨이, 핀란드, 스페인은 알코올 도수가 15∼22% 이상인 경우 광고를 금지시켰다. 미국은 25세 이하 모델은 주류광고에 출연할 수 없도록 했다. 영국은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한 주류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일부 개정돼 주류광고 제한 조항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음주 규제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1%는 ‘아니다’, 47.9%는 ‘그렇다’라고 답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응답자들은 음주 규제를 시행할 때 필요한 정책 1순위로 ‘술 광고 금지’를 꼽았다. 뒤를 이어 ‘공공장소 음주 규제’, ‘음주 위해성 알리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WHO와 유럽 선진국은 음주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건강을 위한 적정 음주는 없으며 가장 건강한 습관은 소량의 음주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했다"며 “암을 예방하려면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169051?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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