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또는 증가가 고혈압·당뇨병 등 각종 비만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은 몸무게 변화 전의 초기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레스터대와 후원사인 덴마크 다국적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공동 연구팀이 영국의 성인비만 환자 40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에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BMI가 낮은 사람은 살을 빼면 더 큰 이득을 보고, 살을 찌우면 더 큰 피해를 본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레스터대 캄레시 쿤티 교수(당뇨병연구센터)는 “BMI가 약 30으로 비만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사람들의 의도적인 체중 감량이 건강에 특히 이롭고, 이런 사람들의 체중 증가가 건강에 특히 해롭다면 비만의 조기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비만 합병증으로 13종의 질병을 꼽았다.
여기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장질환, 천식, 수면 무호흡증, 우울증, 고관절·무릎 관절염, 심부전, 불안정형 협심증·심근경색증, 정맥 혈전 색전증, 심방세동,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 등이 포함된다.
체질량지수(BMI)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BMI가 25 미만이면 정상, 25~30 미만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BMI가 30 이상인 비만한 사람이 몸무게를 적당량(5~10%) 줄이면 비만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많이 낮아졌다. 반면 이런 사람이 몸무게를 그만큼 늘리면 비만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많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체중 변화(감소 또는 증가) 전의 초기 BMI가 비만 합병증의 발병 위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2001~2010년 진료를 받은 BMI 30 이상의 영국 성인 비만 환자(평균 연령 51세, 평균 BMI 33.6) 42만여 명과 영국 임상진료연구센터(CPRD)의 1987년 이후 영국 환자 1100만여 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를 평균 7년 추적 관찰했고 성별, 흡연, 기존 비만 합병증, 초기 BMI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두루 감안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 초기 BMI가 낮은 사람이 몸무게를 10%나 20% 줄일 경우 제2형 당뇨병, 수면 무호흡증,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에 걸릴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
예컨대 초기 BMI가 30인 사람이 몸무게를 20% 줄이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6% 낮아졌다. 하지만 초기 BMI가 50인 사람(고도 비만 환자)이 몸무게를 20% 줄이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39% 낮아지는 데 그쳤다.
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장질환의 경우에는 체중 변화와 관련된 발병 위험의 증가폭이BMI가 높은 사람보다 BMI가 낮은 사람에게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예컨대 초기 BMI가 30인 사람이 몸무게를 20% 늘리면 고혈압 등에 걸릴 위험이 30%나 높아졌다. 하지만 초기 BMI가 50 이상인 사람(고도 비만 환자)이 몸무게를 20% 늘리면 고혈압 등에 걸릴 위험이 11% 높아지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는 모든 비만 합병증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심부전, 심장마비, 불규칙한 심장 박동의 경우 초기 BMI가 높을수록 체중 감량의 이점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