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 가운데 가장 효율적으로 암을 다스리는 국가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한 고소득국 22개국 가운데 1인당 총 의료비를 가장 적게 쓰면서도 암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미국 의학자들이 자국의 암치료에 대한 막대한 비용 투자가 과연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 예일대와 바사대 연구진은 미국을 포함해서 고소득국 22개국의 총의료비, 암 치료비, 암사망률 등을 다양하게 비교 분석했다.
예일대 라이언 차우 박사는 “미국은 암 연구와 치료 분야에서 최선진국이어서 혁신적 치료법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적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암 분야 투자가 실제로 환자의 혜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려고 연구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예일대 개리 그로스 교수는 “미국은 암 치료분야에 연간 20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1인당 584달러를 쓰고 있어 다른 선진국 평균 296달러에 비해 곱절이 높지만 실제 암 치료에서 미미한 효과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암사망률에서 10만 명당 75.5명으로 22개 나라 중 최저였다. 평균은 91.4명이었고 일본, 호주, 스위스, 아이슬란드, 핀란드가 80명 대였다. 덴마크는 113.7명으로 최다였으며 네덜란드,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등이 100명을 넘겼다. 미국은 86.3명으로 엄청난 돈을 쓰고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 나라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연구진은 암사망률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흡연 요인을 보정한 뒤, 암 사망률을 비교했다. 미국은 흡연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에 이 변수를 조정하니, 9개국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흡연율 보정 사망률에서도 대한민국은 10만 명당 50.1명으로 최저였다. 일본이 55.8명, 스위스가 57.4명으로 한국의 뒤를 따랐고 덴마크(85.7명)와 네덜란드(85.6명)가 최다 1, 2위였다.
대한민국은 22개 나라 가운데 1인당 총의료비가 2600달러로 최저였다. 미국 1만945달러, 스위스 9629달러보다 턱없이 적었다.
다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 병에 비해서 암에 많은 돈을 투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1인당 암치료비는 250달러로 선진국 평균 296달러에 비해서 다소 낮았지만 미국 584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낮았다.
그러나 총의료비 중 암치료비 비율은 9.60%로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선진국 평균은 6.0%였으며 일본이 7.50%로 2위였다. 스웨덴은 3.70%로 최저였고 아이슬란드 3.80%, 핀란드 4.0%로 낮았다.
대한민국의 암 생존율이 높은 것은 국민 건강검진에 따른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해외에서도 찾아올 정도의 뛰어난 의술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