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TV를 보다, 또는 등을 켜놓은 채 잠든 적 있으신가요? 앞으론, 침실의 조명은 모두 끄고 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침실의 TV나 전등을 켜 놓고 자면 살이 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만 35~74세 사이의 여성 4만3722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수면 환경과 체중, 체질량 지수 변화에 대해 추적조사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임신 상태가 아니었으며, 교대 근무자도 아니어서 장기간 수면에 영향을 줄 다른 요인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잠자는 동안 조명에 노출되는 정도였습니다.
야간에 침실에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경우, 수면등 같이 작은 불빛에 노출된 경우, 침실 밖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경우, 방안에 전등이나 TV를 켜 놓은 채 잠든 그룹으로 나눠 5년간 체중과, 허리와 엉덩이 둘레, 체질량 지수 등의 변화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자는 동안 빛에 노출된 여성 비만 위험 크게 높아져"
TV나 전등을 켜 놓고 자는 여성은 5kg 이상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자는 동안 빛에 노출되지 않은 여성보다 17% 높았습니다.
체질량 지수(BMI)가 25 이상인 과체중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22%, BMI 30 이상의 비만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3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등과 TV를 방안에 켜 놓고 자는 여성 그룹에서만 이런 체중 증가 변화가 확인됐고, 수면등과 같은 작은 불빛 또는 방 밖에서 비추는 외부 조명이 있는 환경에서 잠을 잔 여성 그룹은 체중 증가와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국립보건원 찬드라 잭슨 박사는 "인간은 낮에는 햇빛에, 밤에는 어둠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며 "밤에 인공 빛에 노출되면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나 비만 등 건강 상태에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빛은 눈을 통해 우리 뇌를 자극하고, 이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교란시킨다면서 밤동안에는 빛이 줄어 멜라토닌 분비량이 충분히 높아져야 하는데 야간에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의 농도가 낮아져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수면 장애 등 수면 박탈이 발생하면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줄고,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가 늘면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는 동안 조명에 노출되면 비만뿐 아니라 유방암, 고혈압, 정신 질환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현대인, 특히 도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밤에도 가로등, 네온사인, 차량 불빛 등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게 아주 흔해졌습니다. 이렇게 환경적 빛 공해가 심해졌기 때문에 밤에는 야외 조명 차단과 함께 실내 조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수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수면 장애, 불면증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 불면증 환자 최근 5년 간 24% 증가"
우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우리나라 최근 5년간 불면증 환자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약 51만4천 명, 2016년 약 54만3천 명, 2017년 약 56만3천 명, 2018년 약 60만 명, 2019년 약 63만5천 명입니다.
올해인 2020년의 경우 상반기에만 약 40만 명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인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불면증 환자, 여성이 남성의 1.6배"
불면증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성 불면증 환자는 386,193명으로 남성 불면증 환자 249,072명의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왜 여성들이 불면증에 더 취약할까요? 여러가지 요인이 함께 영향을 주겠지만, 우선 중년 이후 여성에서의 불면증 증가 원인은 여성호르몬 감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수면의 질을 높이고 잠에 드는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렘 수면 전체 양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김정하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 호르몬 감소 자체도 관련이 있고, 갱년기 증상인 열성 홍조, 우울증도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폐경 이후엔 비만과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 또한 수면 장애의 이유가 됩니다.
김정하 교수는 또, "불면증은 주관적인 증상으로, 심리적 요인(우울증 등)과 스트레스 등 사회 환경적 요인과도 관련돼 있는데, 이런 것들에 여성이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여성은 기본적으로 생리와 배란, 임신, 출산 등 남성들에게는 없는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수면 리듬에 변화를 주거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20-30대 불면증의 경우 여성 환자가 남성의 2배가 넘는데, 이는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사회 환경적 요인의 영향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제거, 생활습관 교정 필요"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해 본인이 주관적으로 잘 잤다고 느끼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2~3주 정도의 불면증은 스트레스 요인이 없어지면 대개 자연스럽게 정상 수면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야간의 빛 노출과 나이, 성별 외에도 음주, 카페인 섭취량, 신체 활동 부족, 불규칙한 수면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요인들을 제거하고 습관을 교정하는 게 좋습니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 햇빛을 맨 눈으로 직접 충분히 쬐는 것 그리고 산책 등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잠이 오지 않으면 명상이나 독서 등을 하다 잠이 올때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게 수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출처 : https://www.ytn.co.kr/_ln/0134_20201221070001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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