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들에게 한국인이 보톡스를 제일 많이 맞는 부위를 꼽으라 하면,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눈가 주름 개선이 아니라 사각 턱이라고 말한다. 각진 턱선과 비대한 얼굴은 지나치게 강인한 인상을 준다며 보톡스 주사로 갸름한 얼굴을 만들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각 턱은 음식을 씹는 턱관절 저작 근육인 교근(咬筋)이 두꺼워져 턱선이 각지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근육에 보톡스를 놓으면 수축 기능이 사라져 턱선이 갸름해지는 효과를 낸다.
이런 사각 턱 보톡스 시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한국 피부과 의사들의 연구로 나왔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와 서울대병원 홍지연 전임의 공동연구팀은 최근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사각 턱 시술의 적정 용량 및 시술 주기 등에 관한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미국 피부외과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교근 비대로 사각 턱이 있는 환자 90명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보톡스를 용량별로 다양하게 주입한 결과, 48~72유니트(units) 용량이 가장 효율적임을 밝혔다. 음식을 씹는 교근에 보톡스를 너무 많이 주입하면, 음식 씹기가 불편해지고, 너무 적으면 사각 턱 개선 효과가 적을 수 있다. 48~72 유니트는 미간이나 눈가 주름에 놓는 보톡스 용량의 두 배 정도다. 또한 첫 시술로부터 약 12주 후에 다시 주입할 때 효과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번 연구는 3D 사진 촬영 기술을 이용한 입체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사각 턱인지 아니면 비만으로 볼살이 많은 건지, 턱뼈 자체가 튀어나온 건지 구분하려면 이를 악문 상태서 양 볼 아래에 잡히는 근육의 두께를 느껴보면 된다. 김범준 교수는 “초음파로 쟀을 때는 교근 두께가 12mm 이상이면 사각 턱으로 분류한다”며 “이갈이가 심하거나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는 경우도 보톡스 주입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