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이나 식욕부진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각하기 힘든 데다 국가건강검진 대상 항목이 아닌 탓에 방치하다 악화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C형 간염이다.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B형 간염보다 C형 간염은 덜 알려졌지만, 일단 감염되면 70~80%가 만성으로 악화한다.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제정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완치가 가능하지만 인지하지 못해 치료도 못 하는 C형 간염,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
◆ 국민 1%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 정도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단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중 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강동경희대병원의 소화기내과 김하일 교수에 따르면, C형 간염 환자 대부분이 무증상이다.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내다가 20~30년 후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는 일부 환자도 피로나 구역, 구토, 복부 통증, 복부 불편감, 식욕 감소, 근육통, 황달 등 만성피로나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자각하기 쉽지 않다.
◆ 2~3개월 약 복용하면 98% 이상 치료 성공
조기에만 발견한다면 치료 성공률이 98%로 높다. 최근에 도입된 경구 항바이러스제재들은 C형 간염 유전자형과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고, 초기 치료의 경우 치료 기간도 2~3개월로 충분하다. 간경변증 환자 및 이전 인터페론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자도 투약 기간 조정으로 완치를 목표로 할 수 있다. C형 간염 진단만 받는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투약 방법이나 기간을 결정할 수 있다.
만성간질환 환자의 경우, 60세가 넘으면 간암의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커진다. B형 간염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낮아, 특히 고령 인구에서는 간암의 원인 비율이 크게 증가한다. 대한간학회 및 한국간재단에서는 2030년 국내 C형 간염 종식을 목표로 조기 선별검사와 치료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하일 교수는 “C형 간염은 효과도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먹는 약이 있다. 본인이 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40세 이상 성인이라면 한 번쯤 C형 간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C형 간염 감염 여부와 치료 필요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 C형 간염 예방하려면
C형 간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는 만큼 가족이 C형 간염에 걸렸다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도 C형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환자의 혈액이 묻어 있을 수 있는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이나 비위생적인 장소에서 시술, 문신, 피어싱 등을 받으면 감염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굳이 가족 간에 식기를 따로 사용할 정도로 주의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대신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김하일 교수는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C형 간염 환자의 간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금주와 금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요법은 효과가 검증되어 있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