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2020년 한 의학채널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의사 B씨가 믿음직스러워 보여 이 의사에게 눈밑 지방 재배치 수술을 받았다. 평소 갖고 있던 눈물고랑 관련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교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좌우 비대칭마저 생겼다.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호소하자 B씨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8건의 줄고소를 해 정신적·금전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성형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부작용 관련 후기를 올렸다가 병원 및 의사측의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자들은 소송에 대응하느라 생업에 지장이 가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 부장판사)는 C성형외과 소속 의사 B씨가 A씨의 부작용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기 위해 제기한 정보게시중단 가처분 신청에서 지난 1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게시글의 주요 내용은 수술 이후의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신이 경험한 수술 전후의 경과를 표현하거나 수술 결과와 병원의 응대 방식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것”이라면서 “채무자가 다른 병원에서 재건 수술을 받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위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이 성형외과 관련 글을 성형 커뮤니티에 게시하게 된 것은 1·2차 수술에서 얻은 부작용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1차 수술이 실패하자, 의사 측이 2차로 하안검 및 눈밑 지방 이식 수술을 권유했고 이마저 과교정으로 결과가 나빴다.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는 병원 태도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성형외과 부작용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이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의 글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2021년 4월 첫 형사 고소를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두 세달에 한번꼴로 추가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 A씨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만 8건에 달한다. 손해배상 청구액도 1억6000만원이다.
A씨는 “병원의 초기 대응이 너무 억울해서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를 했는데, 실질적 과실 입증이 어려우니 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가 병원과 싸우는 것은 너무 불리한 싸움”이라면서 “이후 의사가 연이어 고소를 하기 시작했고, 내 글에 우호적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까지 글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내가 선임한 변호사에도 검찰 고발과 세무조사를 당하고 싶냐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밑이 엉망이 되면서 얼굴이 이상해지니 사람을 못 만나고 우울증이 왔다. 눈에서 피를 쏟고 죽고 싶었다”면서 “복구하기 위해 눈밑 지방을 전부 없애고 죄다 필러로 채워서 균형을 맞췄는데 영구적인게 아니니 계속 맞아야 된다. 너무 억울한데 되려 병원 측이 계속 고소고발을 하니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조사를 받고, 생업에도 지장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 측은 이에 대해 A씨가 오히려 수천개에 달하는 비방글을 올리는 등 악의적으로 나오고 있어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가 본인의 의지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 ‘A/S’를 요구하며 병원 직원을 겁박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병원의 초성을 적어 제3자가 유추할 수 있는 글을 지속해서 올려 병원을 모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A씨가 건 의료법 위반 소송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의료상 과실이 없어 부작용이라 볼 수 없는데도 병원과 나에 대한 비방글을 2700개 가까이 올리고 있다”면서 “악의적 의도로 글을 계속 올리니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성형수술 부작용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환자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만큼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글을 올리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B씨가 A씨를 상대로 2021년 4월 제기한 첫 번째 명예훼손 고소 건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에서 “피의자가 게시한 글은 관련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인터넷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손영서 법무법인 율신 변호사는 “비방 목적이 없다면 환자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의 권리가 명백히 보장된다. 이런 케이스 대부분은 다 무혐의 결정이 난다”면서 “병원은 지레 환자가 손해배상금이나 합의금을 뜯어내려 한다고 의도를 짐작하고 과잉 대응한다. 하지만 성형수술도 소비자 평가가 당연한 분야”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04/29/WE47IJ4PTJD5XA6EQPZOM5NFHQ/?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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