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의과대학을 학사편입으로 진학하였다. 편입하기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진학했었기에, 방학 때는 대학원 선배, 동기 등을 만나러 실험실을 찾아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종종 하곤 했었다.
본과 3학년 여름방학 때 만난 실험실 사람들은 곧 의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말에 “언제 의사가 되는 거니?” “그럼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지 않고서도 의사가 되는 거야?”와 같은 질문을 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대학원생들도 의료와 관련되어서 몇몇은 ‘의사=전문의’라는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대다수 국민도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을 터인데,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은 한국 의사들은 전문의 과정까지 마치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보건 복지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의사는 12만 9천여 명인데, 그중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10만 3천 여명으로 전체 의사의 80%에 해당한다.
비슷한 전문의 과정을 거친 의료인인 치과의사의 경우 전문의는 1만 2천5백여 명으로 전체 치과의사 3만 2천3백여 명의 38% 정도라는 사실과 비교할 때, 대부분의 국민이 의사들은 곧 전문의라는 인식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의사는 인턴, 레지던트 과정 중에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여기 레지던트 말고 의사 오라고 해!”하는 식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한 번 이상 들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턴으로 수련을 받는 의사들은 물론, 수련병원에서의 수련을 받는 것을 선택하지 않은 의사들도 국가가 시행하는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료 행위의 면허를 얻은 의사로 법적으로 모든 진료과목의 진료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럼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는 어떠한가? 필자는 성형외과 레지던트 수련을 4년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하였으니 성형외과 진료만 가능한 것일까?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필자도 원한다면 모든 과의 진료를 할 수 있고, 이는 의사 면허를 통해 얻은 배타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성형외과 전문의이지만, 산부인과 진료를 하며 출산을 할 수도 있고, 내과 진료를 하여 당뇨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가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출산을 맡길 것이며, 조절되지 않은 당뇨를 치료해달라고 할 것인가?
한국에서는 전체 의사의 80%가 전문의이니 원하는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찾아서 진료받는 것이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은 의료진을 찾아가는 것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국민은 해당 의료기관의 의사가 어떤 과목의 전문의인지 어떻게 확인하는가?
일반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진료과가 구분되어 있으니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의원급의료기관은 의원 이름 앞에 있는 진료과목으로 확인하곤 한다. 의료소비자들은 의료기관 명칭에 포함된 진료과목 이름으로 쉽게 전문의를 구분하니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 명칭에 대해 정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만이 ‘OOO 내과의원’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고, 성형외과 전문의만이 ‘OOO 성형외과의원’이라 칭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권리도 있다. 의사가 된 이상 모든 진료과목을 진료할 수 있기에, 내과 전문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해당 과목의 진료를 할 수 있고, 이를 알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진료 항목을 진료과목으로 별도로 표기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간판에는 진료과목의 글씨를 의료기관 표기의 1/2 이하로만 표기해야 한다.
이런 내용 역시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법으로 간판의 크기까지 명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성형외과 전문의는 2,532명이다.
이중 대략 500여 명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보건지소와 군 병원에서 복무 중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형수술이라 인식되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주로 시행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많게 잡아도 2,000명이 채 안 되는 곳인데, 실제로 진료과목을 성형외과로 표방하는 의료기관은 정확히 집계가 안 될 정도로 이보다 훨씬 많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인턴으로 수련조차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료과목 성형외과라 표기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해당 의사가 자신의 전문과목은 알리지 않은 채 그저 “전문의”라고 표기하여 자신을 의료소비자들이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하게끔 하거나, 의료기관 외부 간판 표기를 법의 규정을 지키지 않는 행위는 다소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솔직하지 않고, 양심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 의료인이 자신이 행하는 의료 행위는 온전히 규정을 지키면서 하고 있을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 의료인과 관련된 사건·사고에 성형외과가 언급되는 기사 중 실제 성형외과 전문의가 연루된 것은 최근 몇 년간 돌이켜보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당연히 해당 의원의 의료진이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팩트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직업인 기자들마저 오인하게끔 되어 있는 진료과목 성형외과를 표방하는 많은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와 의료기관 외부 간판들이 규정에 맞게 되어 있는지 보건 당국의 관심과 단속, 시정명령 등의 최소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성형수술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가 충족된다.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보건 당국은 근본적으로는 왜 수많은 전문의가 자신이 선택하여 시험까지 통과한 전문과목 진료를 버리고 미용성형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2240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