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특정 직종에 10년 쯤 일해왔는데
사람 상대하고 때로는 많이 치이는 일이야
진상도 최대한 어르고 달래야 하는 거
7년 쯤 전에 내가
진상들한테 너무 시달려서
트라우마가 왔오
그때부터 거의 4주에 한번씩은
때려치우고 싶어서 울면서 퇴근했단 거 같아
스트레스로 그만두고 싶었지만
돈이나 여러 가지 현실 문제로 못 그만둠
근데 나는 원래 심한 T이고
감정에 막 몰두하는 편이 아니라
그게 우울한지도 몰랐음
그러다가 작년에 스트레스가 더 극심해지면서
목구멍이 막 조이고
뭘 먹어도 속에 걸린 것 처럼 있어서
정신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다 함
다른 건 다 괜찮고
우울증이 오래됐다고 함
그래서 난 본격 의사랑 상담했어
난 솔직히 의사가 나한테
지금 직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해주길 바랐어
그럼 그걸 핑계로 그만두고 이직할 생각이었거든
근데 의사가 나한테
그만두면 안된다고 하는 거
우울증에 걸리면 회피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진다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건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일 수 있다
우울증이 나은 다음에도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라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은
우울증이 나은 다음에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우울증이 낫는 게 먼저다
라고 함
그 말을 들으니 맞아서 동의가 됐어
내가 직장 때문에 우울증이 와서
직장을 그만둬야 우울증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게 우울증은 나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이후에 직장을 그만둘지 말지 생각해야 하는 것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
(나는 많이 T라서
논리적으로 내 상황이 이해되면 기분 좋아짐)
일단 우울증 약을 받았어
ㅡ의사 말로는 부작용 1도 없는 약이라고 했음
ㅡ내가 여러 번 물어보고 확인했었음
ㅡ그랬더니 의사가 나한테 편집증 적인 부분이 있다고 함
그게 진료가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고
주말에는 집에만 있었고
월요일에 우울증 약 먹고
운전해서 출근하다가
교통사고 냄
내 앞에 있던 외제차 두 대 박음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감정이 거칠어지고
제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음
그럴 게 아닌데 일반 도로에서 속도를 냈고
판단력이 좀 떨어졌던 것 같아
그게 평소의 나랑 너무 달라서
약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림
(나 혼자 결론 내림)
외제차 두 대 박아서
보험비 올라가는 게 걱정되는 바람에
직장에 대한 불만보다
월급주는 곳이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게 됨
우울증 약은 그 뒤로 다시는 안 먹고
정신병원도 다시 찾지 않고
역금융치료 받아 한동안 괜찮았음
그리고 오래 전에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그냥 내가 마음으로 용서함
그리고 그 기억을 잊어버리기로 함
그래서 마음이 나아짐
같은 직장 지금은 즐겁게 잘 다니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