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은 은목걸이도 거부하는 극강 철벽 방어 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염증 많고 알러지 많은 몸이에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낮고 뚱뚱한 코가 컴플렉스였는데도 성형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엄두도 못 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네요.
그렇게 외모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상태로 21년을 살다가 작년 1월, 대학교 입학 기념으로 코에 필러를 2cc 정도 맞았고, 생전 처음 오똑한 코를 갖게 되었어요. 필러 특성상 복코는 드라마틱하게 교정되진 않았지만 째깐이 코를 벗어났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큰 만족이었고, 뭣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게 되니까 너무 어색하면서도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학생 때 눈 예쁘다, 얼굴형 예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걍 '너 진짜 예뻐'라는 말을 태어나서 처음 들어 조낸쓰 감격쓰)
그래서 아 필러로도 충분히 교정이 될 수 있구나. 이번엔 오래 가는 걸로 맞아야지 하고. 얼마 전에 반영구 필러를 맞았는데 이것이 지금 천추의 한이 되었네요. 우선 첫째로 모양도 작년처럼 예쁘게 안빠졌고, 둘째로 필러 시술을 받자마자 뭔가 이물반응이 일어나서 군데군데 덩어리가 뭉쳐있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망쳤습니다. 수술을 피하겠다고 개비싼 반영구 필러를 맞은 게 독이 되어 지금 되려 개비싼 대수술을 해야 할 위기네요. 수술 난이도도 높고, 가격도 개비싸고, 반영구 필러 제거는 따로 안해준다는 곳도 있고...
글고 뭣보다 제거수술을 하면 수축기라는 게 온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젠장. 너무 만만하게 봤더라고요. 성형이란 걸. 그래서 오늘 상담하고 온 ㅇㅂ성형외과에선 코 끝 수축을 피하고자 비중격을 빼서 복코 교정 겸 코끝성형을 하는 걸 권장했는데... 병원에선 자가연골이라 부작용 무조건 없다고 했는데...ㅋ 찾아보니까 비중격은 비중격대로, 귀연골은 귀연골대로 나름의 고충이 있더라고요. 이물감이나 모양 변형 때매 재수술 확률도 높은 것 같고... 코끝 성형 저도 하고 싶긴 한데 재수술, 삼수술을 불러오는 카르마가 될 까봐 겁나서 함부로 못 결정하겠어요..
코끝 성형만 하신 분들 중 부작용, 코 끝 처짐, 불만족 등의 사유로 재수술이나 제거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나요? 아니면 제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걸까요? 글고 혹시 연골 재배치나 영구필러 제거 성공하신 분 계시면 병원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저, 성형이란 거 남 일처럼 살다가 이번 일 때문에 근래 몇 주간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많이 가르쳐주세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