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니 이건 뭐…
본래, 사각턱 쳐내는 것이 숙원 사업이었답니다.
이것 하면 한숨 돌리는 거라고 생각했었고,
하고 나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네요.
성형외과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수술을 결심하고 나서,
나름 꽤 공부했습니다.
도통 관심도 없던 연예인들 얼굴도 계속 보고 참고했구요.
(TV 안 본지 10년 넘습니다. 봐도 연예, 오락은 안 봄)
요컨대, 아는 게 병이 되는 거랄까요~
성형외과에 관한 지식, 사람 얼굴 보는 안목이 쌓이면서,
제 얼굴의 결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얼굴에 손 댈 구석이 계속 눈에 띄는 겁니다.
코는, 어차피 꼬맹이 때부터 달고 살아온 비중격만곡증을 교정해야 되므로,
기왕 비염 수술한다고 칼 댈 바에, 콧대도 함께 높이자고 결심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어릴 때부터 늘 하시던 세 가지 말씀이 있습니다:
① 제발 비염 수술하거라~ 미련하게시리 왜 계속 방치해 두느냐~
② 너는 콧대 살짝 높이면 좋겠다.
③ 장(張)가(제가 장씨입니다) 집안 마른 장작 같은 것, 꼴도 보기 싫다~
(저희 집안은, 먹기는 정말 잘 먹는데, 살로 전혀 안 가는 체질입니다)
- 그래서, 비중격 교정 수술할 겸, 콧대도 높이기로 마음 먹은 거구요,
또 하나, ③에 관한 것입니다.
사각턱을 쳐내고 얼굴이 갸름해지니, 피골이 상접한 볼이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주위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처음에 사각턱 수술한다고 몇몇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뭔 사내 ××가 성형수술이냐, 생긴 대로 살아라,
어어, 그 수술 위험하다는데, 나이 들어 고생한다던데,
등등, 부정적인 반응이 60% 정도 되더군요.
그러나, 정작 수술하고 나타나니, 열이면 열 정말 잘 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갈립니다.
잘 했다고들 입을 모아 말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코도 해야 된다고 제가 말하니,
이거 뭐냐, 성형 중독이냐라는 사람이 역시 열에 여섯 정도고,
코도 코지만, 너는 볼살이 없어서 볼도 손봐야 된다라는 반응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사각턱 수술하고 나서, 수술해 주신 박사님께 여쭤 봤습니다.
볼에 살이 없는데, 저 보셔서 아시겠지만, 마른 체질입니다,
박사님도, 그렇네요, 지방 뽑을만한 데가 그다지 없는 것 같네요라 하시더군요.
코 수술이야 어차피 하는 걸로 결심한 상태인데,
볼에 지방이식을 해야 되나 고민 중입니다.
어제도 한 소리 들었습니다. 사각턱 쳐내고 나니 볼이 더 헬쑥해 보인다구요.
사실, 남자가 나이 좀 들어 중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풍채가 있어야 될텐데,
얼굴에 살이 없으니, 이게 새로운 고민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각턱이라는 큰 고민을 해결하고 나니 말입니다.
지금 코 수술할 돈을 모으고 있는데,
일단 코 수술을 할지,
돈을 더 모아서, 볼에 지방이식도 해야 될지,
자잘한 흠집도 두어 군데 있어요.
오른쪽 눈썹 위에, 여섯살 땐가, 아랫층 여자애와 싸우다가,
그 여자애 손톱에 찍혀 패인 곰보 자국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수술해 주신 박사님께 여쭤 봤는데, 오래 된 상처는 복구가 쉽지 않나 보더군요.
어쨌건, 눈에 덜 띄게라도 하고 싶구요.
오른쪽 귀 연골에, 콩알 반쪽보다 작게 톡 튀어나온 돌기가 있어서,
코 수술할 때, 살짝 찢어서 잘라냈으면 하구요.
잘 생긴 걸 바라는 건 아니고, 단지 좋은 인상을 만들고 싶을 따름인데,
성격이 깐깐한 탓인지, 꼬리를 무는군요.
그리고, 예전에는 사각턱 때문에 어떤 모자도 안 어울렸는데,
사각턱 수술을 하고 나니, 그럭저럭 모자가 어울립니다.
안경테에 취미가 있는데, 안경들도 한결 잘 어울리구요.
코와 볼이 좀 더 좋아지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ㅎㅎ, 불과 서너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성형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고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람 일이란,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게로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