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한바가지던 코를 작고 오밀조밀 오똑한 코로 만들 수 있다 생각한게 실수같고. 인스타로 예쁜 여자들 하염없이 보면서 내가 추구하는 저 예쁨은 내 코가 못생겨서 안 나왔던거야.라며 막연히 코수술을 하면 예쁨이라는 실체도 동시에 튀어나올줄 알았는데.. 그냥 나는 여기 그대로고 더 예뻐지지도 않고 다만 코가 좀 크고 쳐올라간 성형한 사람이 됐다는게 슬프네. 수술하기 전까진 내가 만든 막연하고 이상적인 환상에 빠져 흥분되고 두근대고 설렜는데 그랬던만큼 그 뒷맛은 씁쓸해. 수술은 잘못된거 하나 없어. 원장님도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한거 같고. 그래서 누가보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 수도 있지. 근데 천국에 갈거라고 믿는 광신도처럼 내가 들인 품만큼 아름다움이 따라올거라고 절박하게 처절하게 믿어왔어. 수술만 성공한다면 예뻐진다는 결과값에는 의심 한점 없었어. 이제 그러던 날들로부터 달이 몇번 넘어갔는데 점점 그 뽕은 빠지고 광적인 믿음엔 금이 가더라. 이제 붓기도 얼추 빠진거 아니까 이게 내 얼굴이라는거를 부정할 수 없던거지. 나는 인스타 속 그녀들처럼 예쁘지 않고 그냥 계속 코가 커진 나더라. 나에게 없던 내가 동경하던 그 예쁜 ‘느낌’이란건 내 육신으로 투출될 수 있는게 아니었어. 이제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지도 않고 성형판 뜨는게 나을거같아. 기분이 울적해서 푸념 좀 적어봤는데 혹시 보는 사람있다면 한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바래. 이러고 떠날라니까 더 씁쓸하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