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예사들
난 20대 후반 쫄보 성형중독녀야
얼마전에 늑 코재를 마쳣어
이젠 한달차 다 돼가서 내 썰을 좀 풀까 해
수술결과는 만족하는 편이니 어디 병원인지 밝히지는 않을게
(늑코재였고, 복코랑 코뼈절골하며 비중격이랑 늑연골 동시에 써서 콧대에도 살짝 깔았어)
수술마치고 수면마취로 비몽사몽한 상태로 회복중이었는데
담당실장이 와서
"@@님~ 수술 잘 끝나셨구 수술 도중에 숨을 안 쉬셔서 좀 오래 걸렸어요~^^"
하고 가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
마취로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이거 맞아?
이거 이렇게 오늘 점심은 제육볶음이에요~ 하는 평이한 말투로 얘기해도 되는거야?
라고 생각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일반적인 상황이니? 나도 수면마취 수술 여러번 했는데
숨안쉰것도 첨이고 이거를 이렇게 얘기해주는것도 첨이었어...
나중에 수술실 cctv 보니까
수면마취해서 누워있는데
먼 cctv 화면에서도
덜덜덜덜 발작하듯이 움직이는게 보이더라....
아무튼 중요한건
나는 일어났을 때 괜찮았다 의외로?
물론 마취풀렸을때 오한에 급격한 체력 저하에 늑연골 빼고 아프고 난리였긴한데
숨 안 쉰 그런 크리티컬한 상황에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았어
왠줄 알아?
내가 우울증이 한참 심할 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수술대위에서 아픈것도 모르고 가는게 낫겠다
생각을 했어
이거 의사선생님한테 말하니까 바로 우울증 진단해주던데 의사쌤이 돌팔인건지 뭔지 모르겠당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우울증이 다 나은 줄 알았어.
근데 수술이 분명 잘 됐는데...
내가 아무리 얼굴을 뒤집어 엎어도 수술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더라
두개골을 갈아서 내가 원하는 사이즈와 모양으로 갈아버릴 수는 없잖아
허리뼈를 덜어내고 다리를 늘릴 수가 없고
사람이 가장 괴로울 때가 내가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고 애쓰는거라던데
나는 내가 노력해서 노동자 집안에서 발버둥쳐서 학업도 성격도 체력도 다 원하는 걸 가졌는데
외모만 안돼
근데 그게 나를 너무 괴롭게 해
웃기지
나도 이쁘고 싶고 내가 봐도 내가 맘에 들었으면 좋겠고 누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그러지 못한다는게 너무 서럽고...
다시 스물스물 수술받다가 죽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안락사하러 긴 여정을 떠나는 것보다 쉽고 간단하고 성공하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가
라는 생각으로
계속 성형을 고민중이야
친구들은 엄청 걱정해
나를 사랑하라는데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마치 전혀 내취향이 아닌 사람을 그래도 너랑 잘 지내야 하니까 받아들이고 이쁘게 봐야하는 느낌이야
그래서 진심으로 안 이뻐도 자기가 자기한테 취해서 홍홍거리는 친구들이 진짜 부러워
나는 왜 포기를 못할까
그냥 생각이 많아져서 글쓴다
앞으로 윤곽재수술에 풀페 지이에 풀트임 쌍수 가슴수술 골반지이 피부과 시술등 할거 너무 많이 남았어 ㅠ
나어쩌면 좋냐
예사들은 건강했음 좋겠다 몸이든 마음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