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남에 성형외과 전문의야.
그리고 15년전에 코성형이랑 광대 깎았어.
이쯤 되면 예사들 심리 제법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봐.
상.식.적.이야, 알았지?
성형수술이란건 후기가 되게 중요해.
누구나 인정 할꺼야.
나는 수술받고 ㅈㄹ 만족해. 문제도 없이 잘 나았고 모양도 100점은 아니지만 85점은 되.
조금 더 욕심이 날때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전 보다 훨씬 좋아져서 그냥 만족하며 살고 있어.
그래서 내가 성형 받고 당시에 후기를 썼느냐?
절대!
그때 막 커뮤니티가 부흥하기 시작할 때였지만 나는 쓰지 않았어.
숨기고 싶거든. 딱히 부끄러운건 아니고 죄도 아니지만...굳이 내가 드러내야 하나 싶거든.
성형은 완전범죄가 더 좋은거잖아?
쟨 그냥 이쁘게 타고났다… 이런 시선을 받는게 더 우월하잖아?
이게 정상적인, 상식적인 성형 후 사람들의 심리야.
당연히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해당 원장님한테 고마운 마음은 있지.
학회때 원장님 만나면 늘 내가 쫓아가서 반갑게 인사도 하고,
그 병원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그 원장님의 진가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근데 굳이 사진까면서 후기를 쓰고 싶지는 않아.
자, 이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성형 후 심리야.
그러면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읽고 있는 이 수술 후기는 뭘까?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고 어떤 사람일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1. 잘 못된거 같을 때
수술이 잘 못된거 같아, 그래서 원장한테 물어봤는데 일단 부기도 있고 하니까 기다리래.
그러면 다른 사람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게 사람 심리거든?
그렇다고 다른 전문의 한테 가서 의견 들어보기엔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또 누구한테 가서 물어봐야 객관적으로 답해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카페나 성예사에 글을 쓰지.
그런데 글 댓글 다는 사람들은 뭐다?
비전문가야. 개중엔 브로커도 섞여있고.
댓글에 개소리가 난무해. 내가 보기엔 ㅈㄹ어이가 없어.
근데 정작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혼란스럽고 하니가 개소리 읽으면서 혼자 엉뚱한 공상의 나라를 펼치더라고.
어쨌든!
찐 후기는 결과가 별로일 때 올라오는건 확실해. 댓글들이 개소리라서 문제지만.
2. 병원에서 후기 조건으로 할인 받았을 때
자발적으로 후기 써서 바로 커뮤니티에 올리는 사람 몇이나 될거 같애?
난 10%도 안된다고 봐. 나 이바닥 종사자잖아.
보통 환자가 후기 초고 작성해서 병원 직원한테 넘겨주면, 직원이 수정 보완해줘.
이렇게 올리는게 대부분의 병원 시스템이야.
당연히 정보가 조금 가공되겠지.
이런 시스템이 불편하고 마음에 안드는데..
솔직히 나도 이 바닥에 너희가 써주는 후기 덕에 자식들 먹여살리는 사람이라서... 눈 질끈 감고 그러려니 해.
딴 병원들 다 하는데 나만 선비처럼 고고하게 이런 마케팅조차 안하면 굶어죽잖아.
강남에 월세가 얼만데. 요즘 스크럽들 몸값도 얼마나 올랐는데.
근데 내가 참을 수 없는건 세번째 경우야.
3.사진까지 올리면서 만족글을 올린다.
이건 후기 조건으로 할인도 있겠지만, 이건 거의 병원 직원이 썼다고 봐야 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미쳤냐 내 얼굴 까면서 남의 병원 홍보해주게?
특히 주기적으로 1달차 2달차… 6개월차 경과라면서 올린다?
이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간 부지런해서 되는게 아니거든.
찐 환자라면 거의 이 짓에 옵세시브하게 매달려야 하거든?
그러니 결국 매우 높은 확률로 직원이 올리는거야.물론 사진 사용 허락은 받겠지만.
정보 문의하는 댓글에 병원 정보도 찔끔찔끔 흘리고….
댓글들 중엔 같은 병원 브로커가 바람잡이 하기도 하고,
타 병원 브로커가 모니터링하려고 쓰기도 하고….
아무튼 어이가 없어. 내가 대표라면 낯뜨거워서 이렇게 까지는 도저히 못하겠던데...
자 결론 내려줄께.
첫번째 부터 세번째까지 다 왜곡된 정보야.
이런데 속아넘어가서 병원을 선택한다?
ㅉㅉ 제발 정신좀 차려라.
성예사를 비롯한 가아사 등등 각종 커뮤니티들 있지?
여기는 그냥 병원 마케팅 직원들의 놀이터이자 일터야.
걔들이 치고박고 댓글달고 후기쓰고 하면서 밥벌이 하는 터전이야.
강북아줌마인가? 꽤 규모 큰 모 카페 주인장이 성형 실장 출신인건 알고있지?(인천에 살드만)
회원 많은 카페랑 콜라보 하려고 줄 선 원장들은 그냥 돈 내는 액수가지고 정해지는거 알고있지?(실력검증 x)
그러니 손품은 적당히 믿어.
특히 ‘수술 후기’는 더더욱.
성예사는 아직까지 ‘상담 후기’는 괜찮아보이던데... 여기도 언젠간 마케터들 밥벌이 터전이 될거같애.
병원 물어본다고 이 병원 괜찮아요?라면서 리스트 쫙 뽑은거 물어보는 글들도 마케터들이 하는 짓이야.
거기 댓글 바람잡이들도 다 업계 사람들이고 ㅋㅋ
찐 후기는 댓글에도 잘 없어.
자 그러면 어떻게 병원 정하냐고?
어렵지… 나도 어려웠으니까.
근데 시대가 지나도 불변하는건 발품이야.
나는 병원 홈페이지가서 경력같은거 따져보고, 소개글 보면서 뭔가 철학이 끌리는 곳으로 추렸어.
물론 동선도 감안해서 정했지.
하루 날 잡아서 5군데 돌면서 직접 원장상담해보니 느낌이 오더라.
어떤 느낌으로 판단하느냐는 매우 주관적이겠지만...
나의 기준은
누가 내 고충에 귀기울여주는가?
누가 내 요구 사항을 잘 실현시켜줄 것인가?
그리고 누가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는가?
딱 이 세가지로 느낌이 오는지 안오는지 판단했어.
그리고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에피소드 하나 얘기하자면…
내가 15년전에 막 돌아다닐때 한 병원에 상담 신청하고 대기실에 앉아있었거든?
거기가 1인 병원이었는데 원장이 개똥씹은 표정으로 지나가는거 보고 인간적인 느낌이 쌔한거야.
그래서 여긴 걸러야지하고 상담도 안받고 그냥 나갔어.
그리고 내가 전문의 되고 보니 학회에서 코 수술의 대가로 추앙받는 분 중 하나더라 ㅋㅋ
그리고 요즘은 중국에 갔는지 암튼 종적을 감췄어. 101에 은퇴한 그 분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 ㅋㅋ
그때당시를 돌이켜보면
사람마다 모양과 요구사항이 달라서, 내가 과연 그 쌔하지만 대가라 추앙받는 원장한테 받으면 100%만족했을까 하는 질문에는... 사실 회의적이야.
내 코가 초고난의도 코도 아니었기땜에ㅋ
암튼
예사들아, 제발 상식적으로 판단해줘.
투박한 글이지만 내 진심이 전해졌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