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계기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고 어렸을 때부터 코성형에 대한 환상이 있는 와중 사업이 잘 풀려 목돈이 생겨 코에 손을 댔습니다. 뭔가 어색한 모습이지만서도 성형후에 첫 1-2달은 만족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두통이 몰려오더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안좋은 충동에 휘말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울고 불면서 수면제에 의존하며 잠을 청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수술이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왜 이렇게 됐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을 사 혼자 마시며 계속 생각했습니다. 실장님도 , 의사선생님도 (당연한 얘기지만) 수술 잘됐다고 하셨고 가족도 친구도 정신과 의사선생님도 수술 잘 됐다고 했습니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저는 지난 시간동안 저도 모르게 부모님이 물려준 제 자신을 조금씩 가꾸고 발전해가며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 기분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기분이고,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느낌입니다. 분명 나는 난데 묘하게 내가 아닌 기분,, 이게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뭐에 홀려 강남에 제가 버스를 타고갔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강남 신사 압구정을 돌아다녔는지 몇 번을 토하면서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저는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나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활발한 거 하나는 자신있었고 매일 술마시고 웃고 떠들고 다음날 숙취에 견디며 제 할일을 해나가는 평범한 20대였습니다. 그저 욕심에, 환상에 소중한 저의 개성을 팔아버렸습니다.
오그라들고 오지랖 가득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깨달아버린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지만 제거,복원수술을 받아 어떻게든 해쳐나가려 합니다. 이 계기로 수술하기 직전부터 어렸을 적 작은 순간들까지 하나하나 뼈저리게 상기하고 그리워하고 반성하게 됐네요.. 지금 기분은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이 사건을 향해 달려온 기분이네요. 없었던 일이면 너무 좋았겠지만, 정말 힘들지만 조금이나마 얻어가고 깨달은 건 성형의 본질은 남의 시선이 아닌 결국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후회하면 이미 늦었고 후회할 때는 별 것 아닌 일상들이 빛나는 순간으로 보인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피말리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빛나게 느껴질거라 생각하니 더 이상 한심하게 집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주저리 쓴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이 성형을 포함한 모든 일이 원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얻어 행복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제가 다른 부위는 아직 손을 대지 않아 모르겠지만 첫 코수술을 하려고 손품 팔시는 분들 지금 몇천번이고 더 고민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손대는 순간 지금 모습과는 영원히 안녕임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ㅜㅜ 자기애가 많은 분이라면 더더욱 고민해보세요! 결과와 상관없이 심리적 문제가 생길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