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수술 한 지 이제 한 달 하고 하루가 지났네.
이래저래 맘고생 많이 하고 후회도 많이 했구. 지금도 불쑥 울컥하고 눈물이 나지만 그래도 좀 적응 된 것 같아.
코 쏠림 증상은 3주까진 심한 편이었고 며칠 전부터 갑자기 쏠리는 느낌이 많이 없어짐. 그리고 좀 더러운 얘긴데 코딱지 장난 아냐. 진짜로. 숨이 안 쉬어져서 점막이 부은 건가 싶었는데 코로 가볍게 한숨쉬니까 거대한 덩어리가 와르르 나왔다.. 일부러 코 푸는 건 추천하지 않아. 점막 안에 감염이라도 된다면 답 없다 정말.
어쨌거나 피부과는 문턱도 넘어보지 않은 극 지성인 내가 효과본 코수술 후 피지 관리에 대해 끄적여볼게.
1.
부목 떼니까 퉁퉁 부은 피지들 장난 아니더라. 심지어는 모공에 피지가 아니라 기름이 차서 손톱만 갖다대도 톡톡 개기름이 터지고 하얗고 묽은 피지들도 건들기만 하면 다 나왔어.
근데 이 때는 코 절대 건들지 마. 진짜 조금만 자극 가도 엄청 예민한 상태라 쓰라리고 붓고 그래. 압출 정말 버릇처럼 하던 습관이 있어서 참는게 힘들었지만 꾹 참았어.
그냥 물이나 토너 화장솜에 적셔서 코 제외한 다른 부위만 살살 닦아줬어. 코 피부 안 당겨지게 진짜 손에 힘 빼고.
2.
실밥 뽑고 나서 다음날 부터 물 세안 가볍게 된다고 그랬는데 난 다다음날부터 클렌징 이런거 없이 오로지 물로만 고양이 세수하듯 세수했어. 연고 열심히 바르고.
3.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아 이제 클렌징 써도 되겠구나 하는 순간이 오더라. 1주차 쯤이었나? 이때까지 피지 관리는 꿈도 못꿨어서 새카맣고 커다란 피지들이 우르르 넘치던 시기야. 이 때 그냥 아무 클렌징폼 거품 내서 코 밑 절제선을 제외한 콧등, 얼굴 전체를 마사지 하듯이 롤링해줘. 중요했던건 피지를 없애려는 마음이 아니고 코를 제외한 다른 얼굴 부위의 유수분, 모공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세수했었어.
4.
그리고 2주차 됐을 때 본격적으로 피지 관리 시작했어. 유수분 밸런스 완전 망해서 어디 나갔다 들어오면 걱정될 정도로 코 밑에 개기름이 고였는데.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있잖아. ㅋㅋ 나갔다 들어와서 개기름 장난 아닐 때 후딱 화장실에 달려가서 옷 훌렁 벗고 손 깨끗히 씻고 클렌징오일 4펌프(넉넉히, 손과 얼굴에 물기 하나도 없어야 함) 짜서 바로 코 집중 롤링해줬어.
코, 미간, 나비존, T존 어디하나 가릴 것 없이 부드럽게 롤링해주는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듯 한 번의 노력으로 완벽한 피지 제거를 욕심내게 되더라고. 롤링하다 보면 까실까실하게 피지들이 나오는게 손가락 감각을 통해 느껴진단 말야. 그런 마음 내려놓고 그냥 피지의 대가리만 조진다는 마음으로(오일로 롤링하는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2분 내외) 내 개기름과 클렌징 오일이 적당히 융합됐다 싶을 때 손에 물 뭍혀서 유화시켜주는 거야.
유화 과정이 정말 제일 중요해. 이거 제대로 안 하면 얼굴 다 뒤집어진다. 손에 물 뭍히고 다시 부드럽게 롤링. 끝도 없이 롤링해줘야 해. 뽀득뽀득까진 아니더라도 매끈매끈할 정도로. 코 구석구석.
5.
그 상태로 머리도 감고 샤워 다 끝내는 막바지에 모공 쪼여주는 클렌징폼으로 얼굴에 혹시 모를 잔여물까지 다시 뽀득뽀득 씻어내면 거울을 봤을 때 잉 이게 씻어낸게 맞나..? 싶게 하얀 피지들이 뽈록뽈록 나와있을 건데.
후다닥 화장대로 달려가서 면봉으로 살살 자극 없게 불은 피지를 조져줘. 진짜 가볍게 롤링하면(무한롤링..) 뿅뿅 나와. 안 나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게 이게 불은 피지라 얼굴 물기가 마르면 다 쪼그라들어. 난 면봉도 면봉인데 화장솜으로 살살 닦아주기도 했어. 누르지 않고 피부를 지나간다~ 는 마인드로.
이걸 매일 하루에 한 번 샤워하면서 해줬어. 매일 하는 거니까 한 번에 큰 효과 기대하지 않고 쫌쫌따리 야금야금 없앴다. 지금 한 일주일 좀 됐나? 작은 블랙헤드는 압출을 못하니 어쩔 수 없지만.. 튀어나온 피지는 거의 다 사라지고 나비존이랑 미간은 매끈매끈해. 코도 만져보면 매끈거려.
근데 웃긴게 내가 귀찮아서 이틀정도 클렌징오일 안 하고 물로만 대충 세안을 했었는데. 갑자기 티존이랑 나비존에 좁쌀 여드름 생김.. 내가 지성이긴 했어도 여드름은 나본 적 없는데.. 사춘기 시절도 아니고 웬 여드름인지. 다시 정신 차리고 관리 해서 좀 가라앉긴 했는데.. 착잡하다..
아 그리고 오일도 자기랑 맞는 거 써야 돼. 어릴 때 무슨 유명하다는 초록색? 클렌징 오일 써봤다가 피부 난리난 적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산 건 그런 거 없어. 유화를 꼼꼼히 해서 그런가?
암튼 그냥 끄적여봤어. 믿거나 말거나 내 경험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