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코수술한지 9개월 정도 됐고 인생 통틀어 첫 수술이었어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원래 코가 워낙 낮았어서 난 만족 중이야
게다가 성형 잘 아는 사람이 보면 티 나지만 분필은 아니어서 만족해
수술 하게 된 계기는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만족을 위해서인데 어릴 때부터 이마랑 눈이 예쁘다고 수술했냐는 말을 들어오다 보니까 코에 대한 아쉬움이 컸거든
대신 나는 하기 전에 온갖 방법으로 수술에 대한 지식을 터득했어
거의 6개월 정도 온갖 수술법이랑 부작용이랑 카페란 카페는 다 뒤지고 유튜브란 유튜브는 다 봤어 그냥 처음 보는 사람한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수술한 후 나에게 부작용이 온다면 그걸 감당할 멘탈과 돈과 시간적 여유가 되나?를 정말 많이 생각했어
물론 부작용 생각을 할 때마다 몇 번씩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결국에는 죽기 전 언젠가 내가 할 것 같아서 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렇게 마음먹은 후로는 6개월 간 상담 갈 병원들을 추렸어
그리고 최종적으로 여섯 군데 상담을 돌았고 그 중 한 곳에서 했어
하고 나서는 부목 떼기 전까지 긴장 반 설렘 반이었던 거 같아
부목 떼고 나서는 없던 게 생기니까 너무 만족했거든 그래서 오죽하면 붓기 안빠졌음 좋겠다고 할 정도였는데 지금 그때 찍은 사진들 보면 러시아인 같더라ㅋ
쨌든 큰 문제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수술한 지 6개월쯤에 아무 이유 없이 코가 띵띵 붓는거야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평소대로 살았는데
수술하기 전에 각오를 했는데도 막상 그러니까 너무 무섭더라고 병원에 갔는데 부딪히거나 술 마셨냐고 하시더라고 근데 아니었거든 정말 아무런 일이 없었어
그랬더니 선생님도 이런 케이스 처음이라고 하시는거야 수술 초반에 오는 사람들은 있어도 반년이나 됐는데 이유없이 붓는 사람 처음 본다고
그래서 일단 부목을 다시 대고 주사도 맞고 일주일 간 약을 처방해주셨어
일주일 동안 지옥이었어 차라리 원인을 알면 나은데 선생님도 당황하시니까 대체 어떻게 되는건가 싶고
일주일 뒤에 가서 부목을 뗐는데 진짜 조금 가라앉았더라고 거기서 또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
근데 선생님이 만져보시더니 일단 피고임도 아닌 것 같으니 일주일 약 더 먹고 문제 있음 오라고 하시더라고
그 후 일주일 간 서서히 가라앉았어
지금은 그냥 잘 지내고 있는데 정말 앞으로 언제 또 그럴지 몰라서 코수술 하기 전보다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어
그리고 두통이 잦아졌어
어디 부딪힐까봐 항상 긴장하고
아무리 말려도 할 사람은 결국 하겠지만
혹시나 아직 고민 중인 예사는 하지마
너는 해놓고 왜ㅜ하지 말라고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하려면 정말 전문가 수준으로 알아보고 해
뻔한 얘기지만 진짜 제발
수술하기 전까지는 부작용이 올지 알 수 없는데 만약 자기한테 오면 삶이 진짜 무너질 거 같아
부작용 오면 어느 병원을 갈지 어떻게 대처할지까지 몇 번이고 생각했던 나도 막상 부으니까 그게 가라앉을 때까지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더라
다들 행복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