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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다]

남자 성형에 대한 고찰...

검은뿔태 2006-02-19 (일) 00:50 19 Years ago 1005
타 사이트에 있던 글입니다. 읽어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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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작년에 성형을 한 남자입니다. 소심한 A형이라 그랬는지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편이었고 막연히 성형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차에 우연히 치료목적으로 얼굴에 칼을 댈 일이 있어서 하는김에 해버리자는 심정으로 수술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수술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얼굴형도 갸름한 계란형이고 윤곽도 제대로 잡혀 있었는데 이목구비중 눈과 코가 못생긴 얼굴이었습니다. 다른곳이 아무리 괜찮아도 얼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곳이 눈과 코인데 그곳이 작고 낮다보니 좀 답답해 보이는 인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암튼 수술 후... 아무도 저를 알아보질 못하더군요. 눈은 매몰로 살짝 집었고 코는 콧대와 코끝을 해줬는데 진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아무도... 한마디로 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곤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서먹서먹해서 잘 몰랐는데 과 단합회에서 여자애들 술이 조금씩 들어가니 저한테 무지하게 들이대더군요. 잘생겼다느니, 지 스타일이라느니... 제가 봐도 완전 꽃미남 수준은 아니더라도 보통남자애들 사이에선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정도가 되었습니다. 단합회 이후에도 저는 변한게 없지만 예전과 똑같은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반응하는게 다르더군요. 다들 아실겁니다. 특히 남자학교 나오신 분들이라면 같은 남자끼리라도 왠지 잘생긴놈들은 유치한 장난을 쳐도 핀잔을 주기보단 "저녀석도 저러는구나", "저놈이 저러니 귀엽다" 라거나 하는, 남자끼리라도 잘생긴놈을 왠지 우대하는 그런 모습을 아시겠지요.

외모에 자신감도 많이 붙었습니다. 이제는 왠지 버스나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도 스스로 당당해지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면허따러 갔더니 채점 참관인으로도 뽑아주시더군요. 똘똘하게 생겼다면서...

수술이 잘 되시면 좋은점이 많습니다. 외모로 인한 직접적인 이점도 많겠지만 자신감이 생긴다는것도 큰 이점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분들은 그런 이점들에 눈이 가려서 수술로 인해 얻게되는 상처나 손실은 간과하시는것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저는 코 성형을 숨겼습니다. 쌍꺼풀은 어느정도 티가 나기에 솔직히 말했지만 코까지 했다고 하면 완전 사람으로 안볼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더군요. 그리고 거기서 오는 불안감이 항상 저를 옭아맵니다. 쌍꺼풀을 알게되면 눈치빠른 사람들은 코를 바로 의심하더군요. 어떤 형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돌려서 나는 알고 있다는것을 저에게 암시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숨겨봤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더군요. 다행이 알게된 사람들이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니었기에 아직까진 버티고 있지만 언제 퍼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항상 있습니다. 첨에 거짓말을 하게되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밝일수는 없게 됩니다.

수술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만나는일이 정말 힘듭니다. 가까운 친구들 보기도 힘들지만 한동안 못보던 동창들이나 집안의 어른들을 보는일은 정말 힘듭니다. 남자의 성형은 아직까지 세상에 신기한 일입니다. 우연히 동창을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는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저는 반갑게 손을 내밀며 그 친구를 바라보지만 친구는 저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보며 탄성을 연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연세가 높으신 친척 어른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기도 하십니다.

상대로부터 상처받는말을 듣는걸 각오하셔야 합니다. 저희 삼촌은 수술후의 저를 보고 "그건 니가 아니잖아"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전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죠. 그냥 친구의 친구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어떤 여자애는 우연히 지나는길에 저를보고 옆의 친구에게 제가 누구라는걸 듣고서는 "잘~ 만들었네"라고 하더군요. 물론 제가 못듣는줄 알고 했겠지만 정말 달려가서 후려갈기고 싶은걸 겨우 참았습니다. 아마 상대가 남자였다면 이미 뛰어갔겠지요.

최근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습니다. 그냥 잠깐 놀려고 만나는애가 아니라 정말 호감이 가는 그런 여자입니다. 여자애도 저에게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꾸준히 연락하며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의 가슴속에는 항상 뭔가가 체한듯 걸려있습니다. 그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기 전에... 성형한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다행히 여자가 저의 성형한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좋겠지만 아마 여자도 완전히 신경을 안쓸 순 없겠죠. 분명 그 여자로부터 관심을 끌어내는데는 저의 외모도 한몫을 했을거라 생각하지만 결국엔 그것역시 넘어야할 벽이되고 말더군요.

여자의 성형은 자연스럽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남자의 성형은 아직 세상의 가십거리로서 훌륭히 쓰이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당당하고 떳떳하다 해도 남들은 끊임없이 저에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건 결코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엔 부정으로 흐르기 때문이죠. 저에대해 그렇게 떠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에 자신은 성형을 하지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과는 뻔한거죠. 남들의 시선이나 그런거 나하곤 상관없다 하시는분들, 당신이 관심있는 이성이나 지인으로 삼고싶은 좋은 분들이 성형에 부정적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이 모든것들은 해결 못할건 아닙니다. 한마디로 "난 나야"라는 사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라면 전혀 문제될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면서 꼭 하고싶던 말은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 스스로가 심각하게 생각하고있다고 느끼는 그 부분에서도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정도는 이렇게 해결하면 될거야"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과연 그런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내가 그런 방법을 실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성형에 대해 부정적인건 아닙니다. 전 성형으로 많은 이점을 얻었고, 그 중에서 가장 큰것은 삶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일에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듣이 많든 적든 상처와 손실또한 필연적으로 입게 된다는걸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겁니다. 좋은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달아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잘쓴다기 보다는(수정도 제대로 안한거라 엉망인게 사실이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저역시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의 이십대 중반, 청년의 한사람으로서 성형 후 겪은일을 그대로 적은거니까요.

상상속에서만 나타나던 일들이 일상이되는 경험을 수술 후 얻을수 있다는건 정말 큰 행복이지만, 그 행복역시 수술 전 일상의 행복에서 빌려온 것임을 모든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얻어온 행복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지게 될런지, 그걸 깊이있게 생각하셨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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