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들 신중하게 내린 결정일거야.
나 같은 경우도 수년을 얼굴형 콤플렉스로 맘고생이 극심했고,
오죽하면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조차도 수술을 응원했던 사람이야.
그 정도로 심한 케이스였음.
수술 방식이나 집도의 한 명 한 명 다 캐가면서 조사하고,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손품 발품 몇 개월을 팔고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해.
그리고 수술 받았어.
근데 난 후회해.
분명히 수술받기 직전까지도 나는 가장 안 좋은 경우의 수들을 다 감안했다고 생각했고,
그걸 감수해서라도 수술을 받는 게 옳은 선택이다 생각했었거든.
수술 이후 나의 모습이 내가 바라던 최상의 결과가 아닐지라도 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수술받은 후에는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고, 붓기 빠지기만을 기다리면서 가슴 설레기도 했고,
붓기가 서서히 빠지고 훨씬 자연스럽고 예뻐졌을 때 기쁨도 누려봤어.
근데 난 정말 모나고 꼴도보기 싫었던 예전 내 모습을 이제서야 그리워한다.
그동안 늘 자신감이 부족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길 두려워했고, 내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었거든.
수술하고 전보다 나은 모습이 되면 나라는 사람이 다시 태어난 듯 스스로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훨훨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 그동안 나를 갉아먹던 정신적인 고통들도 다 극복할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수술받고 예쁜 나로 태어난다고 자존감이 회복되거나 하진 않더라고.
여전히 날 때부터 예쁘장한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나는 만들어진 가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요샌 성형인들에게 사회적 시선이 아주 관대해졌다고들 하지.
그래서 쌍수는 성형 취급도 안 한다고 하고.
근데 그게 진짜 내 모습일까? 어디에서든 당당할 수 있을까?
남이 도저히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이 예뻐져도 그게 과연 내 모습일까?
아니거든. 아무리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고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할지라도 그건 내 모습이 아니야.
자연미인들 정말 부럽지. 나도 겉으로 보이는 무늬는 같을지 몰라도 난 만들어진 사람이야. 그 사실은 결코 못 지워.
수술 전에 온갖 부작용이나 불만족스러운 수술 결과에 대한 예측보다, 더 고려해야 하는 건 이 부분 이라고 생각해.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장담하건데 수술 후에도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꺼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상실감이 더 클 거야.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고 있는지 몸소 느끼게 되겠지.
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주변에 분명히 한두명은 있을꺼야.
내가 수술로 예뻐져도 그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그걸 온전히 내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랜시간 사랑받으면서 롱런하는 연예인들도 보고, 살면서 만나본 매력적인 사람들을 한 번 더 뜯어보길 바래.
그 사람들이 우리가 인스타나 성형후기에서 보는 골격이 매끄럽고 도자기로 빚은 듯 인형같은 얼굴이 얼마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