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아는 친구 몇몇은 저 만큼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친구는 저보다 훨씬 많이 먹는데도 나무젓가락처럼 말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습니다.”
지나친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 상당수 환자들의 하소연이다. 비만으로 고심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나 주변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이런 부류(?) 사람 한둘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이 잘 찌는 사람들 대부분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푸념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을까.
고대 안암병원 김선미(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교수는 “물은 열량이 없으니 아무리 마셔도 살이 찌지는 않지만 같은 열량을 먹어도 어떤 사람의 경우 살이 찌고, 또 어떤 사람은 마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 모든 동물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소모한다. 에너지를 섭취한 만큼만 소모한다면 체중은 유지된다. 그러나 체중은 에너지 섭취를 더 많이 하면 늘어날 것이며 더 많이 소모하면 줄어들 것이라는 의학계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에너지를 섭취하는 방법은 먹는 것 밖에 없지만 소모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라면서 “기초대사량과 열 생성으로 인한 에너지소모, 신체활동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대사량은 가만히 누워있어도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장이 움직이고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많아 전체 소모량의 50~70%를 차지하고 있다.
열 생성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추위에 노출될 때, 공포나 스트레스 등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총 소비량의 1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40%는 신체활동으로 인해 소모되는 양으로 생각보다는 작아 하루 총200~500㎉를 없앤다.
결국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움직였느냐는 것보다는 타고난 기초대사량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기초대사량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소모하게 태어났다면 많이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반면, 적게 소모하는 것으로 태어났다면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이런 체형은 조상 탓만 해야 할 것인가.
기초대사량은 자기 맘대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지만 현재까지 연구결과 지방을 제외한 근골격계에 비례해 늘어난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을 키우면 칼로리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초대사량이 늘어나 에너지 소모를 한층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살을 빼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한두 끼를 굶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럴 경우 몸은 비상사태로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몸이라는 것은 규칙적으로 먹지 않으면 에너지를 최대한 소모하지 않으려 하고, 그러다 보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게 된다. 힘들여 먹지 않은 만큼 체중을 줄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살이 찌는 체형으로 태어났더라도 하루 세끼를 조금씩 규칙적으로 먹고,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하게 한다면 타고난 체질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가꾸는 비결은 없다.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를 먹고 살을 뺐더라도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 복귀한다. 그런 점에서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가꾸는 생활 속의 비결인 셈이다.